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그동안 조 잭슨의 KBL 적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추일승 감독은 "그동안 조 잭슨과 존 오펜스를 많이 연습했다. 그리고 매 경기 후 김병철 코치가 조와 비디오를 보면서 멘토 역할을 했다. 조는 대학 시절 지역방어를 서본 적도, 어택해본 적도 별로 없다"라고 했다.
올 시즌 KBL은 단신 외국선수제도를 재도입했다. 국내선수보다 기량이 좋은 외국 빅맨 2명이 3쿼터에 동시에 뛰면서 KBL 특유의 복잡한 지역방어는 더욱 다양해졌다. 반면 미국에서 프리오펜스를 즐겨왔던 조 잭슨과 같은 단신 가드들과 3번 스몰포워드들은 이런 KBL의 지역방어 시스템이 낯설다. 기본적으로 빅맨들에게 밀려 출전시간도 적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극복하지 못한 몇몇 단신 외인들은 이미 짐을 쌌다.
조 잭슨 역시 애런 헤인즈에게 밀려 KBL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리온은 풍부한 장신 포워드들과 타짜들을 앞세워 잘 나갔다. 5일 2위 모비스를 완파하며 15승2패로 역대 17경기 KBL 최고승률을 찍었다. 상대적으로 오리온은 조 잭슨이 KBL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추일승 감독은 조 잭슨을 단신 빅맨으로 바꿀 마음이 전혀 없다. 장신 포워드들이 즐비한데다 장재석과 최진수도 합류한다.
▲잠재력 폭발한 잭슨
잭슨의 잠재력이 극대화된 경기가 5일 모비스전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3점슛을 얻어맞더라도 지역방어를 고수하겠다"라고 했다. 본래 유 감독은 지역방어보다는 수비의 본질인 맨투맨을 선호한다. 하지만, 올 시즌 KBL 시스템 현실상 지역방어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대1 수비만으로는 재능 넘치는 오리온 장신 포워드들과 애런 헤인즈, 문태종 등 해결사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봤다. 실제 모비스는 전반전에 오리온을 37점에 묶어 나름대로 성과를 봤다. 볼이 가운데에 투입하기 전까지는 3-2, 볼이 돈 뒤 2-3 형태의 지역방어는 확실히 짜임새가 있었다. 볼이 다시 탑으로 나올 때는 드롭 존으로 바꾸거나 그대로 2-3을 유지하기도 했다. 곳곳에 트랩도 설치했다.
그런데 만수 유 감독도 조 잭슨의 활약까지 계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추일승 감독은 2쿼터 중반 헤인즈를 빼고 잭슨을 투입했다. 그러나 잭슨이 화려한 개인기로 모비스 지역방어를 단숨에 찢었다. 전반전서 균열 조짐이 보인 모비스 지역방어는 3쿼터에 완전히 해체됐다. 잭슨은 이날 20분간 25점을 퍼부었다. 장신자들을 앞에 두고 엄청난 탄력을 앞세워 그림같은 돌파를 성공했다. 페이크 1~2차례로 손쉽게 중거리슛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감각적인 패스로 동료들의 외곽포도 유도했다.
잭슨은 "출전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KBL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동안 자신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어느 리그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 다만, 시간을 갖고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오리온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장신 포워드들이 즐비한 오리온 입장에서도 잭슨의 전술적 가치는 높다. 추 감독은 4쿼터에도 헤인즈 대신 잭슨을 넣어 모비스 지역방어를 마지막까지 분해시켰다. 유 감독은 "완패다. 계속 지역방어로 갔어야 했는데 맨투맨으로 바꾸면서 오히려 잭슨의 기를 살려줬다"라고 했다.
▲오리온 전력강화
현재 KBL 상위권 팀들을 보면 결국 포스트가 강한 팀들이다. 2위 모비스는 물론이고 최근 상승세를 탄 동부와 KGC도 상승세 진원지는 골밑.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3위 삼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 팀들의 공통점은 단신 외국 빅맨 혹은 토종 빅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이들을 함께 보유한 팀이 모비스, 동부, KGC(오세근 가세한다는 가정)다. 현재 모비스와 동부는 외국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는 3쿼터에 빅맨 3명을 가동, 어지간한 팀에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다.
추일승 감독도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전체적으로 신장이 높지만, 정통 빅맨은 없다. 외국선수도 한 명은 단신. 이제까지는 순간적인 미스매치, 혹은 3쿼터 특수상황에 대해 더블 팀과 나머지 3명의 로테이션 수비로 최대한 극복해왔다. 이승현이 어지간한 외국 빅맨들을 잘 막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추 감독은 "현 시스템에선 한계가 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당연하다. 외국선수 2명 동시 투입은 4라운드부터 2쿼터까지 확대된다. 오리온의 경우 더블 팀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정통센터 장재석의 복귀가 절실하다. 아울러 추 감독은 "최진수가 돌아와도 숨통을 틀 수 있다"라고 했다. 이들까지 정상적으로 활용해야 더블 팀과 로테이션 수비에도 체력을 서로 안배할 수 있다.
여기에 조 잭슨의 활용도를 높여 상대 지역방어를 뚫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잭슨의 모비스전 같은 활약이 단발성인지 KBL 적응의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공격 옵션의 다양성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오리온이 사용하는 지역방어에도 적응한다면 더 좋다. 장재석 최진수가 합류하고 잭슨이 완벽히 적응하면 오리온은 시즌 막판, 그리고 플레이오프서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그래서 추 감독은 KBL 최고승률, 단독 1위 같은 타이틀보다는 경기 내용 자체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조 잭슨(위), 오리온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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