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잘했던 것도, 아쉬웠던 것도 있다.
두산이 전임 송일수 감독을 단 1년만에 경질하고 김태형 감독을 영입한 건 대성공이었다. 김 감독은 두산에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선수(1995년, 2001년)와 감독(2015년)으로 한 팀에서 우승한 야구인이 됐다.
찬란한 수식어의 주인공이 됐지만, 정작 김태형 감독은 자신을 낮췄다. 지난 10일 잠실구장 두산 구단 사무실에서 만났던 김 감독은 담담히 2015시즌을 돌아봤다. 그 역시 사람인지라 아쉬운 게 있었다. 물론 잘한 것에 대해선 뿌듯해했다.
▲잘 참았다
감독은 팀 전체를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건 결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 역시 매 경기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불펜진이 극심한 혼돈에 빠졌을 때도, 한국시리즈 1차전서 패배하고 3연승을 내달린 뒤 14년만의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뒀을 때도 한결같았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초보 사령탑 같지 않았다.
김 감독은 "솔직히 성격이 불 같은 면이 있다. 욱하면 앞, 뒤를 안 보고 달려드는 성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김 감독의 카리스마는 선수시절부터 유명했다. 김 감독은 "저연차 선수들은 나를 무서워했다"라고 털어놨다.
김태형 감독은 "감독은 선수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만만한 존재가 돼선 절대로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무섭기만 한 존재가 되는 것도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선수에게 무서운 사람으로만 기억되면 선수는 감독의 눈치를 보게 돼 있다. 제 기량 발휘가 쉽지 않게 된다. 개개인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게 하려고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어린 선수들에겐 농담도 많이 했다"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도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면서 내용과 결과에 열 받고 화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수 없이 참았다. 그는 "잘 참았다. 속에선 욕이 나와도 겉으로는 웃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적절한 긴장과 자율, 원칙 속에 좋은 덕아웃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연스럽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결국 한국시리즈서 웃었다.
▲작전수행의 디테일
김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한다. 경기 개입을 최소화한다.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승부처에서 선수들에게 믿고 맡겼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경기의 맥락에 따라 벤치의 작전야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실제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서 희생번트를 자주 지시, 경기 흐름을 초반부터 장악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능숙하게 사용했다. 간혹 1~2회에 더블아웃 위험성 속에서도 과감히 히트 앤 런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김 감독 생각. 그는 "감독이 워낙 작전을 내지 않는 스타일이니 오히려 중요한 상황서 작전을 내면 선수들이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했다. 특히 중심타자들이 더더욱 그랬다는 게 김 감독 평가. 야구는 주변환경과 흐름에 따라 간혹 3~5번 중심타자의 희생번트가 필요한 경기가 있다. 그때 중심타자가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심지어 팀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지향하면서도 언제든지 벤치와 선수들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팀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갑자기 작전을 냈을 때 선수가 못했다고 탓할 게 아니라, 미리 내가 준비를 시켜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올 시즌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 디테일까지 보완하면, 두산은 2016년에 더욱 강해진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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