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인식호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잡으면서 한 숨을 돌렸다.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개막전서 일본에 졌다. 도미니카공화국전까지 내줬다면 조별리그 잔여 3경기서 엄청난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김인식호는 6회말까지 0-1로 끌려갔다. 타선이 7~9회 대폭발하며 대승했지만, 경기 중반까지는 아찔했다.
왜 6회말까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까. 타선이 왼손선발 루이스 페레스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인식호 타자들은 좌완 페레스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 조합에 6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다. 페레스를 연구했지만, 그는 실전서 더욱 강력했다. 미겔 테하다 감독이 6회까지 66구를 던진 페레스를 7~8회에도 투입했다면 김인식호의 도미니카공화국전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선발투수 공략, 쉽지 않은 이유
김인식호는 출범 후 4경기를 치렀다.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경기,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전. 돌아보면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1차전(예라-⅔이닝 3득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상대 선발투수를 시원스럽게 공략한 적이 없었다.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 당시 상대 선발투수 토레스에게 3이닝 동안 1점도 뽑지 못했다. 이번 대회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선발투수 오타니와 페레스에겐 각각 6이닝 무득점.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1차전서도 선발투수 예라를 초반에 내쫓았으나 갑작스럽게 만난 두 번째 투수 몬티에르에게 3⅓이닝 동안 1점도 뽑지 못했다.
국제대회는 낯선 상대와의 맞대결이다. 야구 매커니즘상 투수는 타자를 확실히 몰라도 자신의 경쟁력만 확실하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몫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타자는 투수를 모르면 한계가 있다. 자주 맞붙지 않은 투수를 만나는 국제대회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타자들의 경우 국제대회서 전력분석자료에 대한 중요성,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김인식호는 오타니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거의 들어보지 못한 선발투수를 만나 고전했다. 중남미 국가의 경우 투수 분석이 쉽지 않았다. 메이저리거가 없고 마이너리거, 심지어 자국리그와 독립리그 출신들로 구성됐다. 자료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페레스만 해도 메이저리그 생활을 한지(토론토) 3년이 지났다. 최근에는 마이너리거였다. 세부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국제대회서는 선발투수가 컨디션이 좋고 최소한의 경쟁력이 있다면 타선이 어느 정도는 고전하게 돼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구원투수들도 한화에서 뛰었던 훌리오 데폴라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한국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국타선이 그들을 통타했던 건 그들의 수준이 높지 않거나 당일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상대 투수들을 확실히 파악하고, 공략 포인트를 완벽히 준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대회서 한국이 일본, 대만을 다시 만나지 않는 한 상대해야 할 대부분 투수는 마이너리그, 혹은 독립리그나 중남미 리그 소속이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당일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만나면 고전하는 흐름은 이어질 듯하다. 더구나 국제대회서 모든 국가는 컨디션이 좋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투수를 선발로 쓰게 돼 있다.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결국 타석에서 타자들의 임기응변이 굉장히 중요하다. 벤치에서 동료 타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대기타석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머리 속에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타자가 "타석에서 너무 생각이 많으면 안타를 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야구관계자는 "국제대회서는 타자들이 전력분석자료와는 별개로 실전 타석에서 순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응용할 최소한의 시간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투수의 1구, 1구를 느껴본 뒤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 (물론 오타니같은 괴물 투수는 임기응변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긴 하다.)
구심의 성향과 그라운드 특성, 주변환경에 대한 변수도 통제해야 한다. 국제대회 심판진은 각 국에서 모여 구성된다.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전만 해도 다국적 심판으로 구성됐다. 스트라이크 존에 미묘한 편차가 있다.(하물며 국내리그에서 같은 기준 속에서 함께 뛰는 심판들도 조금씩 개개인 편차가 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 성향 파악도 상대 투수파악만큼이나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은 미지의 투수를 만나 고전한다면, 수비에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인식호 야수진은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전서 수비가 썩 깔끔하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전 당시 타오위앤구장에는 순간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뜬공 처리에 어려움도 겪었다. 실점의 빌미를 주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빨리 간파하고 적응해야 한다. 낯선 구장에서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발휘는 필수다.
[김인식호. 사진 = 대만 타오위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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