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수습기자] 이번 대회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기세가 무섭다.
네덜란드 야구대표팀은 12일 대만 타이중 도류 구장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A조 예선경기에서 이탈리아에 16-1, 7회 콜드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네덜란드는 2승 1패를 기록, 3위로 도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A조의 8강 진출팀은 개최지 이점을 안은 대만, 쿠바, 캐나다, 푸에르토리코로 예상됐다. 그러나 모든 예상을 네덜란드가 깨뜨렸다. 지난 1차전 대만과의 경기서 7-4로 승리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대만의 에이스 천관위(일본 지바 롯데)을 손쉽게 제압, 장단 14안타를 때려내며 1차전을 가져갔다.
쿠바와의 2차전도 인상적이었다. ‘아마 최강’ 쿠바 대표팀을 상대로 7회까지 5-5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비록 8회 결승점을 내주며 5-6 석패를 당했지만 장타와 세밀한 야구를 함께 펼치며 '토탈베이스볼'을 선보였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그러나 최근 네덜란드 야구가 축구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야구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1912년 야구협회가 창설됐고 1922년부터 프로리그를 출범했다. 한국프로야구보다 무려 60년이 앞선다.
네덜란드 야구리그는 1부 리그인 후프드클라세(Hoofdklasse) 8개 팀으로 진행된다. 8개 팀이 먼저 1차 리그를 치른 다음 상위 4개 팀이 후반기에 2차 리그를 치른다. 2차 리그 1, 2위 팀은 네덜란드시리즈를 통해 챔피언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하위팀은 유럽 축구의 승강제를 야구에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8개 팀 중 최하위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되고 2부 리그의 1위 팀이 1부 리그로 올라온다.
네덜란드 야구의 힘은 본토가 아닌 퀴라소 섬에서 나온다. 퀴라소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의 섬이다. 인구 14만 명의 작은 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네덜란드 야구 인재들이 많이 배출된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진출 당시에도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스타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2년 연속 홈런왕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MLB 17년 간 골드글러브 10회 수상에 빛나는 앤드류 존스 모두 퀴라소 출신이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의 야구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네덜란드 체육협회는 올해부터 축구, 배구와 함께 야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 학교에서 야구를 가르치게 했다. 또한 이번 프리미어12 대회를 위해 네덜란드시리즈가 끝나는 9월부터 대표팀을 구성해 12개 참가국 중 가장 빨리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와 협회가 모두 야구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2006년 초대 WBC에서는 11위를 기록한 뒤 2009년 7위, 최근 2013년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한국을 꺾은 데 이어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11년 야구 월드컵에서는 쿠바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974년 FIFA 서독월드컵에서 '토탈사커'로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네덜란드가 이제는 야구 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구계에서도 '오렌지군단'의 명성을 이어갈지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네덜란드 대표팀(첫번째 사진), 블라디미르 발렌틴(두번째 사진), 안드렐톤 시몬스(세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AFPBBNEWS]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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