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김인식호의 미국전 패배. 어차피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었지만, 일본과 준결승전서 만날 것인지, 혹은 결승전서 만날 것인지를 가늠하는 한 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인식호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8강전서 쿠바를 만나고, 쿠바를 넘으면 준결승전서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전은 승부치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프리미어12 규정을 살펴보면, 정규이닝(9이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10회부터 승부치기로 승패를 결정한다. 야구 국제대회 특성상 무승부를 용인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경기가 길어지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WBSC는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수년 전부터 각종 국제대회서 활용됐던 승부치기(무사 1,2루에서 공격과 수비 시작)는 그렇게 낯선 규정도 아니다.
▲김인식 감독의 선택
승부치기는 10회에 한해 양 팀 감독이 누상에 나가있는 주자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임의로 결정한다. 한국은 미국전 9회말을 9번타순에서 마쳤다. 승부치기를 하지 않을 경우 10회말에는 1번타자부터 시작하는 게 옳았지만, 승부치기는 굳이 1번 타자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김인식 감독은 대타 나성범을 빼고 9번 타순에 김재호를 넣었다. 그리고 김재호를 2루에, 1번 정근우를 1루에 배치했다. 그리고 2번 이용규를 타석에 세웠다. 마찬가지로 8~9번 타자를 2루와 1루에 놓고 1번타자부터 공격을 시켜도 되고, 1~2번 타자를 2루와 1루에 놓고 3번타자부터 공격을 시작해도 된다. 단, 11회로 이어질 경우 10회 마지막 타자의 다음 타자와 그 다음 타자가 2루와 1루에 나가고 그 다음 타순의 타자부터 공격한다.
김 감독의 선택은 이해할 수 있었다. 김인식호는 10회초 대만 2루심의 결정적 오심으로 1점을 헌납했다. 10회말에 1점이 아닌 2점이 필요했다. 2루주자 김재호는 발이 빠르지 않지만, 역전 주자였던 1루주자 정근우는 발이 빨랐다. 또한, 2번 이용규는 파울 커트와 희생번트 혹은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등 작전수행능력이 대표팀에서 가장 좋다. 공격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선택. 김 감독은 이용규가 찬스를 이어가고 김현수와 박병호에게 해결을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이용규가 번트에 실패한 부담이 김현수와 박병호로 이어졌다. 박병호가 2사 후 볼넷을 골랐지만, 강민호의 범타로 김 감독의 전략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한 방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당장 쿠바와의 8강전서 다시 승부치기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점. 김인식 감독은 다시 승부치기를 해도 발 빠른 타자를 주자로 사용하고,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를 타석에 내세워 찬스를 이어가게 한 뒤 한 방 능력을 갖춘 중심타자들의 적시타 혹은 장타 한 방을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불펜투수들은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승부치기서도 1~2점만 뽑으면 승산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승부치기 상황서 첫 타자가 희생번트에 성공하면(1사 2,3루 상황) 배터리는 다음 중심타자를 고의사구로 출루시켜(특히 그 타자의 컨디션이 좋다면 더더욱 그렇다.) 1사 만루, 모든 루에 포스아웃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공격하는 입장에선 병살타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의외로 승부치기서 대량득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심타자의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 승부치기서 재미를 보기가 힘들다.
초 수비에서 대량 실점한 팀의 경우 말 공격에서 처음부터(무사 1,2루) 강공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결국 중심타자들이 극심한 부담을 딛고 한 방을 쳐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한국은 중심타자들 뿐 아니라 대타 요원들 중에서도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많다. 승부치기가 김인식호의 대회 성적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김인식호. 사진 = 대만 타이베이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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