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본 업계 관계자들은 "이게 신인감독이 만들었단 말이야?"라며 놀라워했다. 그만큼 빠른 속도감으로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세 배우들의 호흡을 적절히 콜라보한 신인감독 장재현 연출의 힘은 대단했다.
이는 '검은 사제들'의 시작이 된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로 이미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천주교에서 불리는 12형상 중 한 악마가 소녀 영신(박소담)의 몸에 숨게 되고, 이를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가 빼내려하는 과정을 담아낸 '검은 사제들'은 다소 어둡고 오컬트적 소재인 터라 대중들의 반응을 얻어낼 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단편을 만들 때부터 염두했던 장편 '검은 사제들'과 대한민국 대표배우 김윤석, 강동원과 신예 박소담의 활약이 컸다.
"시나리오를 돌릴 때, 배우들이 첫 번째 관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배우들의 리액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각자의 캐릭터도 보지만 시나리오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피드백들을 해주고, 많이 도움이 됐어요. 많은 관객 분들이 개봉 이후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영화를 찍을 때는 개인적으로 작품과의 싸움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걸 알아주니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 "강동원, 아이디어 많이 낸 배우…신의 열 수"
장재현 감독은 극중 최부제 역을 맡은 강동원에 대해 "김윤석 선배님이 옆에 있어서 그렇지, 생각보다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배우"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강동원의 연출적 아이디어에 도움을 받이 받았다고 밝히며 최부제의 복합적인 감정 표현을 제대로 표현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강동원씨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대중들의 니즈(Needs)를 알게 된 것 같고 특히 여성 관객들이요.(웃음)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디테일에 대해 반응하는 것도 알게 돼서 다음 영화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씨의 모습을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어요. 신의 한 수 정도가 아니라 신의 열 수죠."
강동원은 극중 과거 여동생 죽음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최부제 역할을 소화, 복합적인 감정들을 곳곳에 잘 표현했다. 단편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가 집중돼 그려졌다면, 강동원이 표현한 장편 속 최부제는 김신부를 오해하는 등 갈등과 두려움을 느끼며 극을 이끌어갔다.
"강동원씨의 엔딩크레딧 그레고리안 성가가 의도적 배치였냐고요?(웃음) 김윤석 선배와 강동원씨가 성가 녹음을 할 때 성조가 잘 어울려 화음을 정말 잘 해줬어요. 노래가 아까워서, 회의 끝에 엔딩크레딧에 내기로 아이디어를 냈죠.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좋게 봐주셔서 기뻤어요. 역시 강동원씨에 대한 피드백은, 제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확실히 커요."
▲ 김윤석, '검은 사제들'의 미드필더
'검은 사제들' 개봉 이후 강동원의 큰 활약이 부각됐지만, 사실 극의 묵직한 무게감과 긴장감을 줄곧 이어간 배우는 김윤석이다. 여러 천주교 신부들의 만류에도 그는 악귀가 빙의된 영신에게 구마예식을 하기 위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김신부라는 역할을 김윤석 선배님이 해주지 않았더라면 빛이 나지 않았을 거예요. 영화의 무게중심을 워낙 잘 잡아줬어요. 굉장히 보수적인 역할이지만 로만 칼라만 빼면 건달이나 깡패같은 느낌이 드는 김신부 역할이었어요. 영화를 전체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미드필더 같은 역할을 해줬어요. 경험도 많아서 단어 몇 개만 얘기하면 '어, 알았어'라면서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지게 연기를 해주셨어요."
장재현 감독은 베테랑 배우들 앞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배우들에게 의지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기에, 함께 '오케이'를 하며 영화를 만들어갔고 배우들의 다양한 활약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 "박소담, 연기하며 스트레스 풀라고 얘기했다"
박소담은 데뷔 2년만에 '검은 사제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침대 위에서 피를 흘리거나 악마의 소리를 내는 등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연기해야했다.
"영신 역할은 신인이고 신선한 이미지의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3차 오디션까지 본 후에 스태프들의 만장일치로 (박)소담이를 뽑았어요. 연기력은 기본이고 이미지가 잘 부합되는 배우였어야했는데, 딱 맞았죠."
장재현 감독은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 영신 캐릭터를 연기한 박소담에게 오히려 기분이 밝게 생활하도록 도움을 줬다. 덕분에 박소담은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미소를 되찾았고 무사히 3개월 간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귀신이 아니라 다중인격으로 캐릭터를 잡아보라고 주문했어요. 그리고 액션영화를 하듯이 공격을 하자고 말했고,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말했어요.(웃음) 목소리도 더빙된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소담이의 목소리거나 거기서 조금의 변주를 사용한 거였어요. 더빙을 하면 감정이 실린 대사들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배우들에게 항상 고마워요. 이제 손익 분기점도 지났고, 편안한 마음이에요."
[장재현 감독(맨위) 강동원 김윤석 박소담.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