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원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KBO리그 FA 시장이 개장했다. 이번 FA 시장에는 예년보다 투수 FA가 많다. FA 대상자 24명 중 무려 8명이 투수다. 이들 모두 FA 권리를 행사한다면, 투수들이 FA 시장의 전체적인 판도에 미칠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SK에서 3명이 나온다. 필승계투조 정우람과 윤길현, 선발과 중간을 오갈 수 있는 채병용도 있다. 넥센에서 마무리 손승락과 베테랑 마정길, 롯데에서 베테랑 선발 송승준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심수창, LG에서 메인 셋업맨 이동현이 FA 자격을 얻는다. 8명 중 송승준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펜 요원.
▲시장환경
KBO리그는 타고투저다. 10개 구단 모두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투수가 타자보다 발전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야구 매커니즘상 타자보다 투수 1명 키우기가 훨씬 더 힘들다. 타자 유망주는 수비만 어느 정도 받쳐주면 팀 패배 속에서도 계속 기회를 줄 수 있지만, 투수 유망주는 실전서 대량실점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유망주 기용의 실패가 곧바로 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검증된 투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수요가 높다. 마침 이번 FA 시장에는 검증된 투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이 전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이 결렬돼 외부 시장에 나올 경우, 구단들과의 경쟁 속 몸값이 급등할 수 있다. 특히 정우람 윤길현 손승락 이동현은 당장 어느 팀에서도 메인 셋업맨 혹은 마무리를 꿰찰 수 있다. 이들이 상황에 따라서 FA 불펜투수 역대 최고금액(65억원)에 계약했던 안지만(삼성)을 넘어설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전 소속팀들은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장원준 효과
지난해 두산은 외부 FA시장에서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영입했다. 장원준은 전 소속팀 롯데의 88억원 제안도 뿌리치고 두산을 선택, 눈길을 끌었다. 장원준은 두산에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정규시즌 막판 다소 좋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 다시 극적으로 회복, 특유의 기복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전통적으로 FA 시장에서 투수는 성공확률이 떨어졌다. 특히 외부 FA투수의 성공확률은 더 떨어졌다.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는 '투수가 8~9년간 꾸준히 잘 던져 FA 자격을 얻었다면, 한 번쯤 과부하로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그 시기가 FA 계약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한다. 실제 외부 FA투수 영입에 실패한 대부분 팀이 그런 케이스를 겪었다.
그래서 장원준의 성공은 FA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즌 중 한 지도자는 "장원준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하지만, 폼이 유연하고 부상 위험성이 적은 폼을 갖고 있다. 롱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외부 FA는 아니지만, 삼성 장원삼을 FA 투수의 성공모델로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 1~2년을 통해 강속구보다는 제구력에 중점을 두고 부상 위험성이 낮으며, 유연한 폼을 지닌 FA 투수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히 장원준을 통해 외부 FA 투수에 대한 야구계의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장원준 효과를 지켜본 팀들은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냉정한 현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장원준은 전형적인 선발투수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은 대부분 불펜 요원이다. 여전히 리스크가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FA투수에 대한 수요와 몸값이 폭등할 환경이 갖춰졌지만, 의외로 그렇게 과열양상을 띄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A 선발요원 송승준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약점이 있다.
불펜 투수들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선발투수들보다는 평균적인 몸값이 떨어진다. 그리고 불펜 투수들은 선발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부하와 부상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여전히 불펜 FA는 선발 FA보다 리스크가 높다"라고 해석했다. 실제 불펜 FA 투수들의 성공사례는 여전히 거의 없다. 이런 특성들을 감안하면 설령 이번 FA 시장에서 안지만의 FA불펜 최다 65억원 기록이 깨지더라도 그렇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 대부분 부상 전력이 있고,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FA 자격을 얻은 대부분 투수가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서 '장원준 효과'가 이번 FA 시장에 즉각적으로 적용 및 발휘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품질 높은 불펜 투수들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어 시장이 어느 정도 과열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에이스 투수가 아니라면 장원준의 84억원 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장원준의 성공을 통해 FA 투수, 특히 외부 FA 투수 영입에 대한 야구계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현실적으로 불펜 FA, 특히 외부 불펜FA 영입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 또한 변함 없는 사실이다.
[위에서부터 손승락, 정우람, 윤길현, 이동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