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남자가 쪽팔리게 두 번 연속 당하면 안 된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대호 자신이 있었다.
이대호는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2타점 1삼진 1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한국은 8일 개막전에서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속절 없이 당했다. 올해 오타니와 유일하게 상대해 본 이대호 역시 삼진과 병살타 등 오타니에게 꼼짝하지 못했다.
이후 이대호는 대만으로 이동한 뒤 "나도 꼼짝 못했다. 시즌 때보다 공이 더 좋았다"라고 말하면서도 "남자가 쪽팔리게 두번 연속 당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며 설욕을 노렸다.
기회는 왔다. 한국은 쿠바를, 일본은 푸에르토리코를 제압하며 4강전에서 만나게 된 것.
8회까지는 간절한 마음이 모든 것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두 번째 만난 오타니는 변함없이 강했다. 두 번째 만남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공이었다.
이대호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오타니의 공이 팔꿈치 보호대를 직격,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하지만 이후 민병헌의 병살타가 나오며 득점은 이루지 못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초구 140km짜리 포크볼에 헛스윙한 뒤 150km짜리 패스트볼에 또 다시 헛스윙했다. 결국 4구째 137km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
7회초 타석은 모처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7회초 2사 1루에서 등장했다. 모두가 기다리던 안타는 없었다. 볼카운트가 2스트라이크로 몰린 뒤 평범한 3루수 땅볼로 돌아섰다.
8회까지 0-3. 오타니의 괴물투에 한국도, 이대호도 또 다시 고개를 떨구는 듯 했다.
한국은 강했다. 9회 오재원의 안타를 시작으로 정근우의 적시타가 나오며 한 점을 만회했다. 이어 무사 만루에서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3.
타석에 이대호가 들어섰다. 바뀐 투수는 마스이 히로토시. 이대호는 볼카운트 2-1에서 136km짜리 포크볼을 통타,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도쿄돔은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승부를 뒤바꾼 결정적 한 방. 이대호는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대호. 사진=일본 도쿄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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