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끝내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화예술을 위해 헌신하고 땀을 흘린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대종상 시상식은 배우들의 불참과 대리수상 남발 등으로 시끄러운 잡음만 낸 채 막을 내렸다.
대종상의 잡음은 영화제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문공부(62~67년), 예총(68년), 영화협회(69~70년), 영화진흥공사(71~86년)에 이어 다시 영화협회 등으로 주최기관이 바뀌면서 수상작 선정기준이 달라지고 금품이 오가는 등 잡음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영화제다.
1974년 10월 15일자 한 일간지는 “본선에는 24편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엄한 보도관제 속에서도 기밀은 새어 영화사들은 심사위원 명단을 훤히 알고 있어 금년도 대종상에서도 어지간히 잡음이 날 듯 싶다”고 썼다.
1982년 6월엔 서울지검특수부가 심사위원들이 영화제작사 대표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정보에 따라 중견영화인 15명을 소환조사했다.
1989년 2월엔 태흥영화사, 지미필름, 황기성사단이 27회 대종상 참가 취소를 통보했다. “합동영화사의 ‘서울무지개’가 작품상을 타지 못하면 영화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라는 말이 예심과정에서 흘러나온 직후였다.
1996년에는 ‘301·302’ ‘학생부군신위’를 제작하고 연출한 박철수 감독이 두 작품의 출품을 철회하며 대종상 사무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 감독은 애매모호한 작품 선정기준과 심사의 불투명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 해에 개봉도 안 된 영화 ‘애니깽’이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변한건 없었다. 공정성 시비와 잡음은 끊이지 않았고, 참석하지 않으면 후보에서 제외시키는 ‘권위의식’도 여전했다. ‘광해’의 15관왕 등 영화인 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수상결과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20일 열린 52회 대종상 시상식은 흑역사의 정점을 찍었다. 문제점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렇게 하면 영화제 시상식은 망한다’는 표본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단상에 오른 영화인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나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내년에도 이런 시상식을 또 볼까 두렵다. 52년간 공정성과 잡음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반세기가 넘도록 반성하지 않은 영화제가 1년 만에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은 채 앞으로도 권위의식으로 시상식을 진행한다면 영화인과 대중은 대종상의 존재가치를 부정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성찰하지 않는 대종상 역시 존재 가치가 없다. 내년에는 아름다운 종소리를 듣고 싶다.
[사진 = 대종상 시상식 영상 캡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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