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수습기자]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2015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타선이 홈런 1개를 포함 13안타로 일찌감치 7점을 내며 경기를 순조롭게 가져갔다. 마운드도 미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우승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조별예선 1차전 일본에게 0-5로 완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대회를 시작했다. 이어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멕시코에게 승리했지만 미국에게 연장 접전 끝에 패하며 B조 3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 쿠바를 꺾은 뒤 준결승에서 다시 ‘숙적’ 일본을 만났다. 8회초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0-3으로 뒤진 한국은 9회초 기적을 일궈냈다. 대타 오재원, 손아섭과 정근우의 연속안타, 이용규, 김현수의 사사구, 그리고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로 4-3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집된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 강정호, 추신수 등 해외파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출전 불허와 부상으로 불참했고 도박파문으로 대표팀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까지 빠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승과 함께 한국야구의 수확을 발견했다.
▲이대은의 발견
먼저 대표팀 선발투수의 새로운 인재를 발굴했다. 그 주인공은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출신으로 올해 지바 롯데에 입단해 일본프로야구에 데뷔한 이대은. 이대은은 소속팀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올 시즌 9승 9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 속에 생애 첫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1차전에서 4이닝 퍼펙트 호투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번 대회 베네수엘라전 5이닝 6피안타 2실점,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3⅓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최고 구속 153km에 육박하는 직구와 포크,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대표팀의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짜임새 있는 불펜
김인식 감독이 이번 대회에 앞서 가장 걱정한 부분은 마운드였다.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도 “투수 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김광현, 류현진 이후 한국 야구의 확실한 에이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김 감독의 노련한 마운드 운용 속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믿음에 보답했다.
대표팀 불펜진은 지난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3실점을 내준 뒤 우승컵을 차지할때까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차우찬이 11⅔이닝 16K 무실점으로 맹활약한 가운데 정대현, 임창민, 이현승. 정우람, 조상우 등 불펜 투수들이 짜임새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블론 세이브는 전혀 없었고 선취점을 내준 뒤에도 더 이상의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양한 옵션
이번 대회 김 감독은 적재적소의 선수 투입으로 ‘명장’의 클래스를 과시했다. 이러한 바탕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있었다. 먼저 마운드의 구성이 다채로웠다. 13명의 투수 중 좌완투수가 5명, 잠수함 투수 4명, 우완투수가 3명으로 유연한 투수 운용이 가능했다.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비교적 잠수함 투수에 약한 중남미 국가는 이태양, 우규민 등의 활약이 돋보였고 위기에 봉착한 순간 정대현, 정우람 등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구제했다.
타선에서도 박병호, 이대호 등 힘 있는 타자와 손아섭, 김현수, 이용규 등 컨택 능력이 좋은 타자가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다. 테이블세터가 정교한 컨택으로 상대투수를 성가시게 한 뒤 클린업 트리오가 장타를 날리는 패턴이 이번 대회 한국의 득점 공식이었다.
[한국 선수단(첫번째 사진), 이대은(두번째 사진), 차우찬(세번째 사진). 사진 = 도쿄(일본)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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