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유재석의 출발점은 '깐족'이다 [창간특집②]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그래도 아직은 '유·강·신'이다. 오는 12월 한 시대를 풍미한 '3대 MC' 개그맨 유재석, 신동엽, 방송인 강호동이 JTBC에 모인다. JTBC를 예능명가로 만든 신동엽의 '마녀사냥'부터, 현재 이목이 쏠려있는 유재석의 '투유프로젝트-슈가맨'. 그리고 새롭게 선보일 강호동의 '아는 형님', '마리와 나'까지 세 사람의 프로그램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돌아온 깐족신(神)' 개그맨 유재석을 보는 재미다. 강현수, 구본승, 리치, izi 등 추억을 되살리는 이름이 가득한 '슈가맨'에서 유재석 또한 모처럼 자신이 가진 오랜 개그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에 앞서 유재석을 국민MC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C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과 KBS 2TV '공포의 쿵쿵따'였다. 지금은 젠틀함, 훈훈함, 배려, 겸손 등의 키워드가 먼저 떠오르는 유재석이지만 당시 유재석의 대표적인 개그 스타일은 가벼움과 얄미움, 즉 깐족이었다.

'동거동락'에서 철가방을 돌리며 사물 맞추기 문제를 내고, 객관식 퀴즈에서 번호로 장난을 치는 모습은 출연자에겐 얄미움을, 시청자에겐 웃음을 선사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예능프로그램인 '공포의 쿵쿵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화 '톰과 제리'를 보는 듯 쉴 새 없이 강호동을 약 올리다, 결국 그의 손에 붙잡혀 응징을 당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이는 유·강 콤비의 전성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유재석이 선배급 예능인으로 분류되고, '1인자'라는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깐족댈 수 있는 상대도, 그를 응징할 수 있는 맞수도 줄어갔다.

그 가운데 모처럼 유재석의 깐족이 폭발하는 공간이 '슈가맨'이다. 개그맨 박명수, 정준하, 박수홍 등 유독 편안한 형과 함께 할 때 발산되는 특유의 깐족거림이 '슈가맨'에서는 절친한 형인 프로듀서 유희열을 만나 한껏 빛나는 것이다.

실제 '슈가맨'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치트키'라는 유희열의 말에 "별명이 칠뜨기인 줄 알았다"고 놀리고, 유희열이 피아노를 연주하자 "건반을 연주하니 사람이 괜찮아 보이는데 목에 메고 다녀라"고 말하는 등 감춰왔던 깐족 본능을 한껏 뽐내는 중이다. 이렇듯 유재석, 유희열 콤비의 아옹다옹은 분명 '슈가맨'을 시청하는 하나의 웃음 포인트다.

[유재석. 사진 =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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