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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토트넘 홋스퍼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간의 런던 더비 영웅은 2골을 넣은 해리 케인이었다. 하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을 평가할 때 쓰이는 어태킹서드(attacking third:경기장을 삼등분한 면적 중 상대 골문을 포함한 공격진영)에서 가장 많은 패스로 웨스트햄을 위협한 건 손흥민이었다.
공격수는 ‘골’로 어필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웨스트햄전은 무득점이 손흥민을 평가하는 전부라고 말하긴 어려운 경기였다. 4-2-3-1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한 손흥민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영국방송 BBC의 프리미어리그 전문 프로그램 MOTD(Match of the day)의 패널로 등장한 트레버 싱클레어(웨스트햄,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활약했다)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케인이 아닌 손흥민을 꼽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손흥민은 웨스트햄 진영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수였다. 기록이 말해준다.
손흥민은 총 28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성공률은 89.3%였다. 더 인상적인 건 앞서 언급한 어태킹서드에서의 패스성공률이다. 18개를 시도해 17번 성공했는데 성공률이 94%에 달한다. 이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숫자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안 에릭센(16개), 무사 뎀벨레(16개)보다 많다. 그리고 17개 중 슈팅 기회로 연결된 것도 3차례였고 하나는 델리 알리의 슈팅 후 케인의 선제골로 이어졌고 하나는 카일 워커의 쐐기골을 도왔다.
싱클레어는 “손흥민은 정말 뛰어났다. 경기 내내 공격의 길을 열어주는 패스를 찔러줬고 케인이 수비를 유인해 만든 공간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워커의 골을 도울 때의 센스는 대단했다. 다른 곳을 향한 그의 시선은 상대를 완전히 속였고 정확한 패스로 워커에게 어시스트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싱클레어가 말했듯이 케인이 만든 공간을 잘 활용했다. 전술적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의도한 것처럼 보였다.
공격 2선에 선 손흥민, 델리 알리, 에릭센 3명의 역할은 확실하게 나뉘었다. 피지컬과 활동량이 좋은 알리는 가운데서 케인과 함께 전방 압박의 선봉을 맡았다. 그는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처럼 부딪히고 전진했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에릭센은 왼쪽에서 가짜 10번처럼 움직였다. 토트넘 미드필더 중에 가장 많은 패스(47개)가 에릭센으로부터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은 가짜 9번에 가까웠다. 케인이 측면이나 후방으로 이동해 수비를 유인할 때 중앙으로 이동해 공을 받았다. 바로 싱클레어가 칭찬한 부분이다. 그래서 토트넘은 케인이 자주 최전방을 비울 때도 공격진영으로 전진이 가능했다. 영국에선 스트라이커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 머물길 원한다. 간혹 웨인 루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서 최전방을 비우고 자주 내려올 때 비판을 받은 건 그 때문이다.
후반 38분 워커 득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른쪽 풀백 워커가 우측에서 공을 잡고 전진할 때 케인은 왼쪽 측면에 있었다. 이때 손흥민이 원톱 공격수처럼 상대 센터백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수비수를 등진 상태서 공을 잡은 뒤 다시 짧은 패스로 쇄도하는 워커에게 완벽한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다.
수비에서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7차례 태클 시도가 그 증거다. 공 뺏기도 6번이나 됐다. 손흥민도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수비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풀백 위치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수와 1대1 수비를 한 건 손흥민이 공격만큼 수비에도 집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 AFPBBNEWS, SBS SPORTS 중계 캡처/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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