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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티끌이 뭉쳐봐야 바위가 되긴 쉽지 않지만, 바람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뭉쳐야 한다.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이 남긴 교훈이다.
29일 밤 방송된 '송곳' 마지막 회에서 푸르미 마트 노조원들의 싸움은 절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수많은 희생 끝에 노조원들은 고용을 보장받았지만, 싸움을 이끈 이수인(지현우)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푸르미마트를 떠나야 했다.
힘을 합쳐도 이기기 힘든 싸움이건만 마지막 회에서도 노조원들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다퉜다. 이수인은 그간 도움을 받던 노무사 구고신(안내상) 대신 노조 지도부의 추천을 받은 새로운 노무사와 손을 잡았지만, 이수인과 그들은 파업을 바라보는 방향성이 달랐다. 새 노무사는 더 큰 대의를 외쳤지만, 이수인과 일동점 직원들에게는 지금의 싸움 자체가 생존의 갈림길이었다. 이 가운데 사측은 직장 폐쇄 결정을 내렸고, 월급 통장마저 가압류 상태에 들어가자 노조원들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탈퇴 서류가 쏟아졌다.
정민철(김희원)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노조 천막에 용역들이 들이닥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정민철은 폭행혐의로 체포됐지만, 부상자까지 발생한 상황을 보다 못한 이수인은 직원들을 현장으로 복귀 시킨 뒤 간부들만 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며칠 뒤 결국 노조원들과 새로운 노무사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결국 기존 지도부를 탄핵한 뒤 이수인은 새로운 노조 위원장이 됐고, 이 과정에서 기존 지도부 세력이 파업 천막을 떠났다. 황준철(예성)로 인해 마음 아파하던 주강민(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천막에는 이수인만이 홀로 남게 됐다.
노조원들이 흩어질 데로 흩어지자 파업의 동력은 사라져갔다. 이 국면을 반전 시킨 것은 그간 진심으로 노조원들을 대해 온 이수인이라는 사람의 힘이었다. 프랑스 본사에서 사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수인은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직원들에게 "하루만 조끼를 다시 입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수인의 호소 덕분에 노조원들은 다시 천막으로 돌아왔다. 또 노조원들이 다시 뭉친 덕분에 사측과의 교섭은 시작될 수 있었다. 사측은 노조원 전원 복직 등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는 대신 이수인이 푸르미마트를 떠나야 한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이수인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좌천된 이수인은 2개월 뒤 이수인은 함께 싸운 노조원들이 보낸 감사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수인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첫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 당시 김석윤 PD는 "안팎으로 작품을 향한 필요 이상의 곡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려의 시선과 별개로 우리 작품은 먹고 사는 현실의 문제라 생각했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실제 '송곳'이 다룬 이야기는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중 한 부분이지만, 그동안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문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작품에 임한 배우들의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을 준비하며 마트에도 많이 갔고, 파업의 현장도 많이 갔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신 한 신을 찍고 있다.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웃을 일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작품을 보다보면 완벽하게 힐링이 될 순 없겠지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지현우의 말처럼 '송곳'이라는 작품은 삶에 지친 이들을 그동안의 드라마와는 다른 화법으로 위로하고 응원했다. 무겁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이야기를 다룬 '송곳'. 이 드라마는 어쩌면 꼭 필요한 순간 소위 '흙수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담은 하나의 생존백서 그 자체였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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