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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육룡이 나르샤' 박혁권의 길태미, 분명 악인인데 그의 최후가 이렇게 아쉬울 수 없다.
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18회에서는 삼한제일검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길태미(박혁권)와 이방지(변요한)의 모습이 그려졌다. 삼한제일검이었던 길태미는 결국 이방지 칼에 맞아 죽었다.
탐관오리로서 고려를 난세로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인 길태미가 죽자 백성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길태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 끝까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며 반성하지 않았다.
사실 길태미의 죽음에 시청자들은 통쾌함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꼈다. 극 초반부터 길태미는 '육룡이 나르샤'를 대표하는 캐릭터라 해도 무방할 만큼 인기를 모았기 때문.
고려 시대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기 좋아하는 길태미 역을 맡은 박혁권은 화려한 눈화장과 장신구,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눈길을 모았다. 코믹함과 동시에 서슬퍼런 이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박혁권의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길태미가 악인임에도 불구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길태미 언니', '태쁘' 등의 애칭도 생겼다. 악한 짓을 저지르고 얄미운 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이토록 사랑 받은 악인은 드물었다. 박혁권의 길태미였기에 가능했다.
박혁권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길태미의 최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죽는 순간 '육룡이 나르샤'가 꼬집고자 하는 부분을 가시 돋힌 대사로 풀어냈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는 악인이었다. 그는 "약한 자를 짓밟지 강한 자를 짓밟냐? 약한 자한테서 빼앗지. 강한 자한테서 빼앗냐고"라고 반문했고, "세상이 생겨난 이래 약자는 언제나 강자한테 짓밟히는 거야. 천년 전에도 천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 거라고. 세상에 유일한 진리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빼앗아 삼킨다)한다. 강자는 약자를 인탄(짓밟고 빼앗는다)한다.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야"라고 소리쳤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악인을 자처한 길태미였지만 되려 그의 대사는 현 시대에서도 변치 않는 이 진리를 되새기게 해 씁쓸함을 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진리는 틀렸다는 것 또한 인식하게 했다. 이방지가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지. 이렇게"라고 읊조린 뒤 길태미를 물리친 것.
길태미는 결국 백성이 행복한 나라에서는 어떤 것이 진리인지를 전하고 죽었다. 악인의 위치였지만 그의 비참한 최후와 발악으로 인해 참된 진리가 어떤 것인지가 드러났고, 끝까지 길태미의 존재감은 빛났다.
악인이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죽음을 벌써 그리워하고 있다. 쌍둥이 형제 길선미가 계속해서 등장할 예정이지만 박혁권이 길태미 역을 통해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존재감,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발휘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이 모든 게 길태미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박혁권 덕이다.
악인은 당연히 처단돼야 한다. 때문에 '육룡이 나르샤' 속 길태미 죽음 역시 아쉬움은 있지만 통쾌한 최후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우리의 '태미 언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 박혁권.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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