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조용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사장단 이동 폭이 컸다. 야구단의 경우 김인 전 사장이 SDS 고문으로 위촉됐다. 김 전 사장은 5년만에 야구단을 떠났다. 임기 막바지 원정도박 스캔들이 있었지만, 김 전 사장의 재임기간 삼성은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김동환 삼성 웰스토리 대표이사가 신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미 업무 인수인계가 시작됐고, 내년 1월 11일 이, 취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야구단 업무에 착수한다. 김동환 대표이사 체제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의 조용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효율성+투명성 강화
삼성그룹은 각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내수경기 침체로 그룹 내부적으로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그룹은 지난 1년간 비주력 계열사들을 잇따라 매각시켰고, 일부 조직을 통합했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슬림화를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 재고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
스포츠단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축구단, 남녀 농구단, 배구단이 차례로 제일기획에 편입됐다. 광고, 마케팅 사업이 주 업무인 제일기획은 스포츠단과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 체육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에서 스포츠단은 실질적인 순이익이 없었지만, 삼성은 장기적으로 스포츠단도 수익사업체로서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야구단은 아직 공식적으로 제일기획에 편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결국 제일기획으로의 편입 속도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시각. 결국 야구단도 삼성 그룹의 경영 방침에 따라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그룹에서 삼성라이온즈파크 건설에는 지원을 했지만, 최근 수년간 효율성에서 의문을 낳았던 FA 시장에는 과도한 투자를 배제하는 모양새다. 결국 야구단은 최근 1~2년간 배영수 권혁 박석민을 차례로 국내 타 구단에 빼앗겼다.
▲KBO리그 패러다임 변화?
삼성그룹은 그동안 야구단에 화끈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 프로스포츠 종목이 제일기획에 편입됐지만, 야구단만큼은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이번 사장단 인사, 소극적인 FA 시장 참전 등의 흐름을 감안할 때 야구단에 대한 기조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진다. 순이익은 없고, 매년 모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받아서 쓴다. 각종 규제가 많고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현실상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이 당장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체육관계자들의 설명. 특히 야구단은 그 비효율성이 극대화된 조직이다. 성적 지상주의와 스타 기근 속에 특급 FA와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구단들은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성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불안정성을 타파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스포츠단의 제일기획 편입 자체가 불필요한 군살을 줄여 자생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초작업. 현재 야구단을 제외한 프로스포츠단들은 그룹으로부터 직접 지원금을 받기 전에 제일기획을 통해 철저히 효율성을 따져 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직이 흑자를 내야 건강한 운영 시스템이 확립된다. 건강한 시스템 속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게 기업의 운영논리. 한국 스포츠 현실에선 뜬구름 잡는 얘기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선구자를 자처한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의 변화를 다른 구단들도 지켜볼 것이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야구단을 효율적으로 체질개선 시킨다면, 지금 야구판의 비효율적인 투자 및 운영 시스템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당장 몇 년간 성적과 리빌딩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삼성 선수들(위), 대구구장 관중(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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