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는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포스팅시스템은 FA 자격을 얻지 못한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개입찰제도. 한국선수가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시스템 입찰을 신청하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그 사실을 공시한다. 한국선수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입찰액을 써낸 구단과 1개월간 독점 협상한다.
그동안 수 많은 한국선수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류현진도 2012년 이 제도를 통해 LA 다저스에 입성했다. 2573만7737달러33센트로 역대 포스팅 금액 아시아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강정호가 500만2015달러를 써낸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 박병호가 1285만달러를 써낸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에서도 스즈키 이치로, 이시이 가즈히사,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가와 게이,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포스팅시스템의 맹점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1년 계약을 맺었다. 4년 1200만달러(2016년과 2017년 275만달러, 2018년과 2019년 300만달러, 바이아웃 50만달러)를 보장 받고, 5년간 뛸 경우 최대 1800만달러(2020년 650만달러)를 받는다. 그런데 2020년의 경우 옵션 선택권이 박병호가 아닌 미네소타에 있다. 미네소타가 박병호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박병호에게 바이아웃 금액 50만달러만 주면 된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1285만달러라는 포스팅 액수를 써낸 것에 비해 몸값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의 강정호도 피츠버그로부터 5년간 최대 1625만달러를 수령한다. 그에 비하면 박병호 몸값은 헐값이라는 지적.
이 부분에서 포스팅시스템의 부작용이 드러난다. 한국과 미국의 포스팅시스템 특징은 독점협상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선 이적료만 높게 부르면 연봉협상에선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경쟁 구단이 없기 때문에 선수의 몸값을 최대한 낮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선수 입장에선 메이저리그 진출이 간절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선 포스팅 금액이 높을수록 선수의 몸값을 낮게 책정한다. 해당 선수를 영입할 때 포스팅 액수와 선수 몸값을 묶어서 예산으로 책정하기 때문.
결국 포스팅시스템 자체가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박병호 계약 직후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한미 포스팅시스템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심지어 조금 어정쩡한 입지에 놓인 선수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만족스러운 계약을 따낼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역대 2~3호 무응찰을 기록한 손아섭과 황재균의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들 입장에선 이적료와 몸값을 동시에 지불하고 영입할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현 포스팅시스템은 한국과 미국이 개정 혹은 폐지 의사가 없을 경우 1년 단위로 자동 갱신된다.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은 개정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미 포스팅시스템 개정을 검토해볼만한 시점이다.
▲미일 포스팅시스템 개정 사례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도 본래 한국과 미국의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2013년에 개정 의사를 밝혔고, 마라톤 협상 끝에 결국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일본이 한국보다 좀 더 우수한 선수가 많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 점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의 포스팅시스템 개정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일본은 꾸준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좋은 자원을 배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경쟁도 높아졌다. 2006년 마쓰자카의 경우 무려 5111만1111달러11센트라는 어마어마한 포스팅 액수를 기록했다. 당시 보스턴은 마쓰자카에게 6년 5200만달러 계약을 안겼다. 결국 보스턴은 마쓰자카와 그의 전 소속팀 세이부에 합계 1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2011년 다르빗슈도 텍사스가 포스팅 금액 5170만3411달러를 적어냈고, 몸값은 6년5600만달러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입장에선 일본 특급 선수를 영입했지만, 포스팅 시스템 속에선 출혈이 너무 크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포스팅에 성공해도 계약에 실패할 경우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한편으로 일본선수들도 포스팅 액수가 클수록 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불만이었다.
결국 2013년 개정된 결과 포스팅금액은 2000만달러로 제한됐다. 대신 2000만달러를 써낸 복수의 구단과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구단들은 받아낼 수 있는 이적료가 줄었지만, 선수 입장에선 더 많은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014년 다나카 마사히로가 이 케이스로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양키스는 포스팅 금액을 2000만달러로 아끼면서, 다나카에게 7년 1억5500만달러라는 초대박 계약을 안겼다.
한 야구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포스팅시스템도 미국과 일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설령 국내 구단이 받아낼 수 있는 이적료가 제한되더라도, 선수에게 좀 더 유리한 제도로 바뀌는 게 옳다는 것.
갈 길은 멀다. 일본의 경우 선수회의 강력한 주장으로 구단들이 많이 양보했다. 한국도 일단 구단들이 포스팅시스템 속에서 선수의 불리함을 이해해야 한다. 구단들이 우선적으로 포스팅시스템 개정 필요성에 동의한 다음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개정 필요성을 인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 케이스가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이 일본보다 좋은 유망주가 많지 않다고 인식하는 메이저리그가 포스팅시스템 개정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미일 포스팅시스템 개정도 결코 간단히 이뤄지지 않았다. 약 1년의 진통이 있었다. 결국 한국야구가 좀 더 내공을 쌓고 그 저력을 메이저리그에 꾸준히 어필할 필요가 있다.
[박병호(위), 다나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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