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열음, 배우고 또 배우니 좋지 아니한가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제 막 연기 경력 3년을 채웠다. 배우 이열음은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 왔지만 영리하게 배우 생활을 해왔고, 어린 나이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도 있다. 확신은 자존감을 높게 만들고, 배우로서 그녀를 더 빛나게 한다.

2015년은 그 어느 때보다 그녀가 빛난 한해다. 올해만 세 작품에 출연했다.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KBS 2TV '가족을 지켜라'에 이어 최근 탄탄한 작품성으로 호평 맏으며 매니아층을 사로 잡은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빠르게 달려 왔지만 급하진 않았다. 이열음은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인식하면서 배우고 또 배웠다. 지칠법도 하지만 활기찼다. 이유는 단 하나,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다.

이열음은 "올해는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많이 배웠던 한 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작품을 마친 후 인터뷰 하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경험하고 느꼈구나'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간 작품을 계속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는 분들도 있어요. 요즘엔 성격이 활발해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절 잘 모르겠어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맡다 보니까 오히려 제 성격이 어떤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듣는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돼요. 근데 그런 게 좋더라고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니까요. 모든 캐릭터들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성격에도 영향이 미쳤을 정도로 이열음은 1년간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좋아하는 일을 쉬지 않고 하는게 좋은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개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신경 못 쓴 것 같아 아쉽기도 한데 그런 거에 비해서 하고싶은 일을 계속 했으니 알찬 한해였어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죠."

바쁘게 달려온 한해, 마무리도 좋았다. '마을'이라는 웰메이드 작품을 만나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 중 제일 강한 캐릭터를 맡았다. 매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의 매력도 알게 됐고, 강한척 하지만 아픔이 있고 이야기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가영 역을 연기하며 새로운 캐릭터 도전의 의미도 깨달았다.

"'마을'은 매니아층이 두터우니까 진짜 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추리하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았죠. 계속 궁금해하는 것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들과 같은 입장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진짜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라 신선했고 해보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처해있는 상황 자체도 강렬하고 성격부터 감정까지 다양했죠. 이야기 자체도 탄탄하고 가영이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도 많은 것 같으니 너무 욕심이 났어요."

그렇게 가영이를 만난 이열음은 이전 작품에 비해 확실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었다. 아치아라 마을의 날라리이지만 상처가 있는 가영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열음은 "감독님이 '너는 생긴건 세고 이런 거 잘 할 것 같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완전 순둥이네' 하시더라"며 "그래서 더 양아치스럽게 하려고 했더니 안 됐다. 오히려 가영이의 질투와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한 허세에 집중하며 적당한 선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실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처해진 상황만 집중을 했는데도 다른 작품에서와는 또 다르게 표현됐어요. 제 연기에 만족스러웠다기보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돼 좋았죠. 처음엔 혼란스러웠어요.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요. 가영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전 상황과 뒷 상황 감정이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감독님한테 많이 묻고, 감독님도 많이 얘기해주시고 세게 연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시니까 확신을 갖고 마음 편하게 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맞추고난 뒤에 몰입해서 연기했을 때 잘 풀리는 희열감이 있었어요. 많이 배웠죠."

미스터리 장르 특성상 '마을' 대본은 배우들에게까지 극비였다. 이미 대본은 나와 있었지만 배우들은 연기하기 직전에서야 대본을 받을 수 있었다. 배우에게는 어찌 보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열음은 여기서 또 배움을 얻었다.

"정말 가영이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아빠의 존재가 궁금한 아이고 아빠 없이 엄마랑 살아온 학교 짱 이정도였죠. 반점과 질병, 김혜진과의 연결이 있다는 것도 완전 극비여서 대본 나오기 전까지 몰랐어요. 사실 대본이 극비인 게 안 좋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뒷 상황에 지장이 없게끔 감독님이 중간 중간 힌트도 주시고 약올리면서 의미심장하게 '네가 범인일 수 있어' 하면서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곱씹을 수 있게 해주시니까 무게감 있게 살아났어요. 딱 그 신밖에 주어진 게 없으니까 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죠. 또 같이 드라마 하는 사람들끼리도 예측하고 추리하면서 대화를 더 많이 나누게 되니까 더 끈끈해졌어요."

가히 배우고 또 배우는 배우였다. 주어진 신만을 갖고 연기함에 있어서도 몰입을 배웠다. 배우라는 직업에 걸맞게 상황에 맞춰 자신을 컨트롤 할 줄 아는 똑똑한배우였다.

함께 한 선배들에게도 많이 배웠다. 특히 피곤하고 지친 상태의 이열음을 생각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데도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맞춰준 온주완을 보며 '진짜 신사다'라고 느꼈고 감동했다. 어떤 마음으로 현장에 임해야 하는지 또 배웠다. 예뻐해주는 스태프들에게도, 선배 배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주어진 상황에서만 배움을 얻었을까? 그것도 아니다. 매니아층이 두터운 드라마였던 만큼 시청자들의 의견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움을 얻었다. 반응을 모두 챙겨보며 뿌듯함도 느꼈다. "작품에 대한 믿음은 원래 있었지만 탄탄하다는 칭찬이 있으니 더 뿌듯했다"며 어느것 하나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실 추리도 인상 깊게 봤지만 사실 캐릭터들이 되게 세고 독특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는건데도 그런 부분들조차 감정 몰입해 주시는 게 감사했어요. 캐릭터로 인해서 배우까지 이상하게 볼 수 있는데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빠져서 얘기해주시는 걸 보고 '마을을 보는 분들이 정말 똑똑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나중에 가영이에 대한 분석도 해주셨는데 정말 신기했고, 배우들끼리 추리하며 끈끈해진 것처럼 시청자들과도 끈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렇다면 이열음이 생각한 가영이는 어땠을까. 그는 "너무 불쌍했다. 여리고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우해서 했던 센척들이 다 드러나니까 더 그랬다"며 "어쩌면 가장 못돼 보였지만 알고보면 가장 약했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방송 보면서 '저렇게까지 강하게 연기했나' 한적도 있는데 그랬기 때문에 이후 벌어지는 가영이의 집착이나 상황들이 더 불쌍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열음은 '마을'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만족스러웠다. 작품할 때마다 자신을 다르게 보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도 이 때문.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는 이 상태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캐릭터 성격을 맡아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저에게 맞게 뭐든지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에 맞게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거든요. 더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주연을 하면 너무 좋겠지만 일단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을 하는 게 중요해요. 어거지로 안 맞는 걸 하면 더 안 좋을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래 할 건데 나중에 충분히 적절하게 할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요? 서른, 마흔이 됐을 때 20대의 제 모습을 보며 또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데뷔 후 바쁘게 달려온 3년. 후회는 없다. "진짜 빨리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기에 빠져 들었다. 그만큼 앞으로도 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엄마(윤영주)도 배우라 어릴 때부터 친근한 직업으로 다가왔어요.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죠. 최근에 엄마도 갑자기 '나는 너 연기자 하길 잘 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좋아하니까요. 지금 배우는 단계라 다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외동이라 북적북적한 현장도 좋고요. 앞으로 더 다양하게 많이 여기하고 싶어요."

[배우 이열음.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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