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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고보결은 이제 막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신인이다. 데뷔 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비중이 적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얼마 전 방영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 '아비'(극본 유정희 연출 김신일)에서 첫 주연을 맡아 그동안 꼼꼼 숨겨놓고 펼칠 기회가 없었던 연기력을 드러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보결이 주연을 맡은 '아비'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입시대리모 지혜(신은정)와 이를 알고도 눈 하나 깜짝않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전력투구 하는 아들 선우(곽동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입시대리모라는 독특한 소재와 살인사건을 둘러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호평을 받았다. 고보결은 극중 부유한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신유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첫 주연작이었던만큼 고보결은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작품에 임했다. 신유경이라는 인물을 홀로 연구하고 또 고민했다. 스스로도 신유경 캐릭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신유경을 만들고자 했다. 고보결은 인터뷰에서 "불쌍하고 절실한 마음도 공감이 되고, 마지막에는 진짜 안타깝기도 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너무 일찍 타협이란 걸 배운 아이가 신유경이었다"고 말했다.
신유경은 돈이 없어 남들 다 받는 사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실제 고보결과도 비슷했다. 고보결은 일찍부터 연기 공부를 시작한 상황이었지만, 학원 외에는 남들 다 한다는 과외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비'는 고보결에게 공감의 작품이자, 다시금 이 사회에서 사교육의 단면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꿈은 없고 오로지 대학만 있는 작금의 세태가 안타깝게 다가왔다.
"주객이 전도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만 가면 된다는 의도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정말 자신만의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고요. 그게 정말 안타까웠어요. 저는 다행히 어릴 때부터 꿈이 확실한 경우였지만, 사실 그 꿈이라는 게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남들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얻기 위해 공부를 잘해야 하니까요."
사실 고보결의 본명은 고우리다. 오히려 본명이 더 예명같은 느낌이다. 고보결은 작명가에게 의뢰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하기 전까지 주로 연극 무대에 올랐던 고보결은 "이름 덕을 본 것 같으냐?"는 물음에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01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고보결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줄곧 연기만 공부한 순수파다. 예술고등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고, 이후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 진학해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 생활에 충실하며 연기에 매달렸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중학교 2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고보결의 손을 잡고 연기학원으로 이끈 게 지금의 고보결을 있게 했다.
"처음에는 연기를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연기학원 첫 수업 때 선생님께서 하라는대로 해보자 해서 했는데, 쪽대본을 보고 가르쳐준대로 연기를 따라했죠. 그런데 그때 입질의 순간이 온 거에요. 낚시할 때 오는 그 입질 있잖아요? 뭔가 연기가 내 일처럼 느끼지면서 가슴이 뛰더라고요. 어머니께서는 반대를 하셨는데, 제가 재밌어 하니까 허락해주셨죠. 지금은 응원도 해주시고 모니터도 꼼꼼하게 해주세요."
연기라는 한 길만 걸어온 고보결이었지만, 역시나 많은 스타들이 그랬듯 그 역시 적잖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오디션에서는 숱하게 떨어져봤고, 간신히 맡은 단역조차 소중하게 여겨야 했다. 또 전에 계약했던 소속사가 어느 날 갑자기 공중분해돼 한 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홀로 작품을 알아보고 프로필도 돌려야 했다. 그러다 처음 TV에 나왔을 때는 그렇게 부모님이 좋아했다고.
"특히 이번에 '아비'는 정말 좋아하셨어요. 드디어 우리 딸이 주인공이라고 하시면서.(웃음) 그 전에는 연기력이라는 걸 보여줄만한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좋았어요. 물론,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셨고요. 이번에 마침 친척들도 다 같이 모여서 '아비'를 다 함께 봤어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을 반짝거린 고보결에게 "연기가 왜 좋으냐?"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결했다. 질리지 않는다는 것.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그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설명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보결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상 연기를 할 때마다 그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요. 고보결이라는 사람은 지워지고 캐릭터 자체로 보여진다면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고보결.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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