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끝내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직장을 버려야하고, 결혼도 미뤄야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걸어야한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아무런 영광과 보상이 없어도 올라가야만하는 이유가 있다.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이타주의가 살아있음을 몸소 실천에 옮긴 산악인들의 이야기. ‘히말라야’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을 던지는 인간의 숭고함을 그리는 영화다.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후배 박무택 대원(정우)은 친형제보다 더 우애가 깊은 동료 산악인이다. 이들은 2000년 칸첸중가와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까지 히마라야 4좌를 등반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다. 처음엔 막내로 시작해 어느덧 대장의 직책을 맡게된 박무택 산악인은 2005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하다 조난을 당해 생을 마감했다. 다리 부상으로 산행을 중단했던 엄홍길 대장은 시신을 찾기 위해 과거에 등반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팀을 꾸려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널리 알려진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결말을 알고봐도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힘이 있다. 노련하고 책임감 강한 엄홍길 대장과 순수하고 열정적인 박무택 대원의 끈끈한 의리와 우정이 영화의 심장이다. 황정민은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따뜻한 정을 품은 엄홍길 대장 역을 최적으로 소화했다. 정우 역시 엄홍길 대장을 향한 가슴 깊은 존경심을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유머러스하게 연기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원정대의 살림꾼 이동규 역의 조성하, 단순하면서고 강직한 박정복 역의 김인권, 뚝심 있는 여성 산악인 역의 라미란 등 조연들의 앙상블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실제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빙하지대에서 진행된 촬영은 관객이 함께 산을 오르는 듯한 생생한 실감을 전한다. 에베레스트 만년설의 차가운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디테일이 산악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한다. 피켈(등반용 얼음 도끼)과 자일(산에서 이용하는 로프)로 무장한 배우들은 암벽과 빙벽에 매달리는 장면부터 갑작스러운 눈사태에 추락하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진짜 산악인처럼 보일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댄싱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 감독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하다. 이번엔 감동 코드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것, 그리고 그 선한 마음이 담아내는 우정과 의리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산악인의 위대한 도전을 통해 보여준다.
극중에서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의 인연을 맺어준 김우영(김원해)은 “사람이 없으면, 산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말한다. 그렇다. 산은 곧 사람이다.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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