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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은 비밀 투성이었다. 모든 인물들에게 숨겨둔 이야기가 있었고, 그래서 의심스러웠다. 그 중심에는 장희진이 있었다. 장희진이 연기한 김혜진은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김혜진의 진실이 밝혀지고 상처가 드러나면서 장희진의 연기력도 더욱 빛났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슬픈 표정에 집중했고, 그의 진실에 더 몰입하면서 장희진이라는 배우에게도 더 가깝게 다가갔다.
장희진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다소 저조한 시청률이었지만 이는 단순 수치일 뿐이라는 것을 반응을 보며 느끼고 있다. 김혜진에 대한 아픔은 있지만 작품 이야기가 신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직은 김혜진을 못 떠나 보냈어요. 원래는 잘 빠져 나오는 편인데 유독 김혜진이라는 인물 자체가 스토리가 슬프기도 했고, 워낙 몰입이 잘 돼서 빠져 나오기가 힘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반응도 좋으니까 더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여운이 남을만도 하다. '마을'을 통해 김혜진을 연기한 장희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 그러나 장희진은 "솔직히 연기력이 늘었다기보다 김혜진이 갖고 있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라 연기력으로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며 "사실 대본이 괜찮았던 거다. 김혜진의 상황이나 캐릭터가 좋았다"고 고백했다.
"사실 초반에는 김혜진이 무섭게 나왔잖아요. 제가 나올 때마다 시청률이 뚝뚝떨어졌대요.(웃음) 무서워서 채널을 돌린거죠. 그래서 이후엔 대본 수정도 좀 되고 장면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효과를 본 게 김혜진이 전에는 무섭기만 한 캐릭터로 보여졌다면 이후에는 약간 신비로워지기 시작했죠. 회상 장면이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효과도 들어가서 그 안에서의 모습이 예뻤어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정말 카메라와 조명의 힘을 한 번 더 알았어요.(웃음)"
무섭다가 신비로웠다. 그러다 궁금했고, 처연했다. 김혜진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은 김혜진의 더욱 다양한 면을 보게 했다. 숨겨진 이야기가 가득했기에 더 그랬다. 장희진 역시 김혜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장희진은 "사실 아무도 모르고 처음부터 나만 알고 있었던 비밀은 윤지숙(신은경)이 엄마라는 비밀이다. 1회 때부터 알고 있었다"며 "감독님이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하셔서 함구하고 있었는데 끝까지 지켜졌다. (문)근영이도 마지막에서야 알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봤는데 윤지숙이 엄마라는걸 얘기하면 너무 제가 얘기한 게 티나는 상황이라 끝까지 비밀로 했죠.(웃음) 사실 그거 빼고는 다 몰랐어요. 대본 보고 알았죠. 김혜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느낌도 대본 받을 때 알았어요. 범인도 16회에 알았고요. 근데 윤지숙이 엄마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사람들 놀리는 재미가 있더라고요.(웃음) 장난 치는 재미가 있던데요?"
그만큼 '마을' 대본은 극비였다. 미스터리물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도 모두 알려주지 않았다. 인물의 전후 상황을 알고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 입장에선 어땠을까.
"감독님이 우려했던건 오히려 배우들이 알고 연기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의도대로 연기하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쉬쉬하고 가르쳐주지도 않은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옳은 판단 같아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시작했으면 사실 그 인물을 만났을 때 대사 톤 같은 것들이 애매하게 돼요. 이런 사항, 저런 사항을 고려한 톤이 나오죠. 그런 면에 있어서 대본이 극비였던 것은 오히려 혜진이라는 인물이 오묘해지고 신비스러워지고 단서들을 뿌리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극비긴 했지만 대본이 늦게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대본에서 고심의 흔적도 느껴졌다. 대본이 빨리 나오니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극의 흐름에 있어 중심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끌고 나가는 작가에게 대단함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연출, 배우들의 삼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 감독님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도 자기 분량에 대한 욕심도 내려 놓고 찍으니까 더 좋았어요. 다들 연기도 너무 잘 하셨잖아요. 우리 드라마에는 연기 못하는 배우도 없었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도 너무 잘 맞았어요. 다 베테랑들이었죠. 특히 카메라 감독님, 촬영 감독님, 연출 감독님 다 배우의 감정을 소중하게 하실 줄 알았어요. 하나라도 더 배우가 몰입해 있을 때 촬영하려 하고, 몰입하는 것들이 시너지 작용을 하면서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아요."
사실 평탄치 않은 인생을 산 김혜진과 비슷한 점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주는 영향 때문에 더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장희진으로 있다가 촬영을 위해 전북 완주로 이동하는 동안 김혜진으로 변할 때 공간이 주는 느낌도 있었다. 완주에서는 온전히 김혜진이 돼서 연기할 수 있었다.
"김혜진은 너무나 처절할 정도로 외로운 상황이고 극단적인 상황이었잖아요. 김혜진을 상황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이 있고 그 외로움이 이 친구한테는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과 함께 극도로 외로웠던 거잖아요. 그런 아이니까 그 감정에 충실했죠. 저도 물론 주변에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고 생각해요. 그 감정에 충실하다 보니까 김혜진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잇었어요."
몰입의 결과가 좋으니 김혜진의 이야기, 결말에 대한 만족도 높다. 장희진은 "사실 내 입장에서의 내 결말은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김혜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 중에 어떻게 보면 16회가 모든 감정이 압축되어 있는 느낌이었고, 설득력 있게 김혜진이라는 인물을 그려줬어요. 감정적인 부분에서 저는 윤지숙과 유나(안서현)의 사진을 찍는 마지막 엔딩신도 너무 좋았어요. '마을'은 저의 무서운 면, 처연한 면, 슬프고 아픈 면, 팜므파탈적인 면 등 여러가지 모습들을 빼지 않고 드러내줘 감사해요."
[배우 장희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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