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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장희진은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연기한 김혜진이 이렇게까지 분량이 많아질지도, 나아가 이렇게나 강한 여운을 남길지도 몰랐다.
때문에 장희진에게 '마을'은 각별하다. 사실 시작 당시 화두만 내주는 인물로 소개돼 있기도 했고, 이용석 감독 또한 "분량 부분은 확보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들어간 작품이 아니었다. 단순히 연기를 쉬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마을'을 시작했다.
"사실 '밤을 걷는 선비'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쉴까 말까 하다가 '마을'을 접했는데 오히려 쉬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감적으로 나를 죽인 범인을 찾는 내용이기 때문에 비중은 작지만 존재감이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쉬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죠. 끊이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선택했던 작품이었어요."
쉬고싶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장희진은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끝낸 뒤 연기적인 부분에 갈증을 느끼고 빨리 작품을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1년 동안 거의 작품 선택을 못하고 있었죠. 근데 1년이 지나면 또 '세결여'를 통해 받았던 관심이 사그라들잖아요. 그 때쯤 되니까 어느 순간 위기 의식이 느껴지더라고요. '빨리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에 '밤선비' 대본을 받았고, 그 전에 연기했던 인물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역할이었지만 그런 역할을 제게 원하는 거라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작품을 쉬고 싶지 않더라고요. 내려 놓은 마음으로 작품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밤선비' 끝날 때도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쉬고 싶지 않아 '마을'에 합류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역할에 몰입했다. "김혜진에게 몰입이 쉽게 잘 됐다"고 밝힌 장희진은 "대본에서 느껴지는 김혜진의 상황이나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슬픔이 너무 잘 전달돼 대본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김혜진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는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거나 상대 배우들과 호흡이 되지 않으면 잘 나올 수 없어요. 근데 신은경 선배님도 너무나 잘 해주셨고, 제가 그 힘에 끌려 같이 에너지를 받으면서 신을 찍게 되니까 그 작용이 되게 크더라고요. 또 주변에 스태프들이 분위기 조성을 너무나 많이 해주셨고, 몰입할 수 있게 환경을 잘 만들어 주셨어요. 진짜 진심으로 '이 스태프 그대로 다른 작품을 또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을 정도예요."
몰입하니 더 좋은 연기가 나왔고, 시청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방송 전 이용석 감독이 "우리 드라마는 발연기가 없다"고 단언해 '발연기가 나오면 큰일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장희진은 손 꼽히는 작업 환경을 만나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받게 됐다.
"연기적으로 사람들한테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긴 해요. '마을'에서 예쁘게 나온 것 같다는 얘기도 해주고 예전 이미지와 다르게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작품에서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기존에 맡았던 역할들은 연적으로서 항상 화를 내고 있거나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었거든요. 특히 '밤선비'에서는 웃는 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마을'을 보신 분들은 제 표정에서 다른 면을 느끼셨나봐요. 아무래도 김혜진이 신비롭고 처연하게 나오다 보니 예쁘게 봐주시기도 했고요. 확실히 사람의 표정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김혜진을 통해 다른 이미지를 전하는데 성공한 장희진은 김혜진을 통해 만들어낸 처연한 이미지 역시 마음에 든다. "김혜진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내가 갖게 된 건 너무 좋다"고 고백한 장희진은 "배우는 어쨌든 분위기가 중요하고 특색이 중요한 것 같은데 예전에 내연녀, 불륜녀 이미지보다는 김혜진 이미지가 훨씬 좋다"며 웃었다.
"예전에 연기를 못한다고 할 때는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잘 한다는 소리를 어느 순간 들으면서도 좀 부담이 되긴 해요. 원래는 연기를 처음부터 잘 했던 애는 아니었고 하다가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다음 작품에서 더 연기적인 욕심을 낼까봐 마음을 내려놔야 될 것 같아요. '마을'만 봐도 그렇게 마음을 내려 놓으니까 오히려 더 잘 맞는 배역을 선택하게 되고 감정 몰입도 할 수 있었거든요. '연기적으로 뭔가를 더 보여줘야지. 도전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하거나 연기를 하면 그게 또 보여요. 저는 우선 캐릭터가 저한테 맞는게 있으면 그 감정에 충실하게 잘 찍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많은 것들을 내려 놓고, '마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인간 장희진에게도 변화가 있다. SNS는 전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SNS에서 팬들이 주는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위로가 된다.
"진짜 '마을'은 안했으면 너무 후회했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마을을 잘 끝내서 너무 좋아요.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어서 이 다음 작품이 저한테 있어서 중요할 것 같아요. 최선의 선택을 할 거예요. 초심으로 돌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너무 연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내년에도 쉬지 않고 연기를 할 거예요."
[배우 장희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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