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에 집중하니 아픈 것도 잊었다."
KB 서동철 감독의 2015년은 다사다난하다. 지난 3월 KB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안기며 감독으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시즌 후 건강이 극도로 악화, 지난 여름 몇 차례 쓰러지며 병원 신세를 졌다. 결국 종양제거수술까지 받았고, 2015-2016시즌 개막을 코트가 아닌 집에서 맞이했다.
KB는 여름부터 박재헌 수석코치가 훈련을 지휘했다. 2라운드까지 감독대행을 맡아 5승5패로 선방했다. 애당초 KB는 서동철 감독의 코트 복귀를 최대한 미루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감독의 특성상 급하게 현장에 복귀할 경우 건강악화를 우려했기 때문. 그러나 서 감독이 구단에 현장 조기복귀를 간절히 요청했고, 결국 지난 6일 우리은행과의 홈 경기서 복귀전을 치렀다.
▲못 말리는 의욕
서 감독이 집에서 요양을 하는 도중에도, 마음은 천안 숙소에 있었다.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은 서 감독에게 마음 놓고 푹 쉬라고 권했지만,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매 경기 텔레비전을 통해 KB의 경기를 빠짐없이 체크했고, 코치들과 수시로 경기운영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시즌 중 몇 차례 훈련장을 찾아 직접 훈련을 체크하기도 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서 감독이 구단의 배려와 만류에도 조기 복귀를 고집했다. 역시 천상 농구인"이라고 웃었다. 그렇게 서 감독은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승부사로 돌아왔다. 6일 우리은행전과 10일 신한은행전서 연이어 패배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서 감독은 "박재헌 코치와 같이 하다가 나랑 같이 하니 선수들이 오히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라면서도 "소리도 지르고, 하던대로 하니 오히려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일에 집중하니 아픈 것도 잊어버렸다"라고 웃었다.
주위에선 그의 건강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오히려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서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도 "계속 살을 찌워야 한다. 귤 좀 먹겠다"라고 웃었다. 그는 본래 82~83kg 정도 나갔다. 그러나 병원 신세를 지면서 70kg까지 내려갔고, 최근 건강을 회복하면서 75kg 수준으로 회복했다. 서 감독은 앞으로도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건강도 지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
서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코치들은 내가 없을 때 직접 경기를 운영하면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서 감독이 경기 중에도 구단을 통해 코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 사실상 경기를 운영해왔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는 "코치들이 어차피 내가 했던 농구를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그 범위 속에서는 공수에서 하고 싶은 전술도 만들어보고 직접 해보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서 감독은 "궁극적으로 우리 코치들(박재헌 수석, 박선영 코치, 진경석 코치)이 좋은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럴 때 직접 경기를 운영해보며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경기를 지휘할 때는 코치들이 당연히 감독을 보좌하는 게 옳다. 그러나 서 감독은 자신이 쉴 때만큼은 코치들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물론 그는 "3~4차례 잔소리도 했다"라고 웃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했다. KB는 서 감독 복귀전서 완패했다. 결과를 떠나서 경기력이 나빴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은 죽기살기로 뛰었다. 내가 돌아와서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털어놨다.
KB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그동안 오직 서 감독 걱정 뿐이었다. 박재헌 수석코치도 2라운드 선전에 농구관계자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손사래를 치며 "빨리 감독님이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돌아오면 꼭 승리를 안겨드리자"라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는 후문. 10일 신한은행전 막판 지역방어가 해체되며 무너졌지만, 전반적인 경기 응집력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서 감독은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반 (정)미란이와 (홍)아란이가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많이 좋아졌지만, 좀 더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나타샤 하워드, 데리카 햄비를 두고서도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너무 착하다. 모니크 커리(신한은행)의 승부근성을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KB는 올 시즌에도 최상위급 전력은 아니다. 신한은행전 패배로 5승7패, 5위로 처졌다. 그러나 2위 신한은행과 고작 2경기 차다. 서 감독도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다. 치고 올라갈 여력은 얼마든지 있다.
[서동철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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