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야구 세이브 역사에 치명타를 안겼다
지금 한국야구는 임창용과 오승환의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 사람은 마카오에서 정킷방을 만들고 거액의 도박을 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나란히 혐의를 시인하면서 야구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미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됐다.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2년 계약이 끝난 오승환의 거취도 불안하다. 일본 언론들은 연일 오승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원정도박은 케이스에 따라 외환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검찰은 조만간 두 사람을 사법처리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공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극히 낮다. 사회적으로도 원정 도박은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민감한 부분. 결국 한국야구는 역사에 남을 최고의 마무리투수들을 한꺼번에 잃을 위기에 처했다. 두 사람은 불명예 은퇴위기에 몰렸다.
▲그들의 세이브 역사
임창용과 오승환의 세이브 역사는 화려하다. 임창용은 6시즌이나 30세이브를 돌파했다. 올 시즌에는 33세이브로 국내 복귀 후 처음으로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다. 1998년, 1999년, 2004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 구원왕. 그는 1998년 22세로 최연소 구원왕에 올랐고, 17년이 지난 올 시즌에는 39세로 최고령 구원왕 타이틀까지 얻었다. 한국야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들.
임창용은 국내에서 232세이브를 따냈다. 일본에서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28세이브를 따냈다. 한일통산 36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팔꿈치 수술로 몇 시즌 부침을 겪었고, 삼성에서 2001년~2003년 선발로 외도했던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 단지 메이저리그 데뷔에는 성공했지만, 세이브를 따내지 못한 것만이 임창용의 아쉬움이었다.
오승환은 임창용과는 달리 꾸준히 전문마무리로 뛰어왔다. 임창용보다 정확히 10년 늦은 2005년에 데뷔했다.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로 KBO리그, 아시아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06년, 2007년, 2008년, 2011년, 2012년까지 무려 5차례 구원왕에 올랐다.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했을 때 구원왕을 놓친 건 2013년뿐이었다.(2009년과 2010년은 어깨, 팔꿈치 부상)
오승환은 한국에서 9시즌 동안 통산 277세이브, 일본에서도 두 시즌 동안 80세이브를 적립했다. 지난해 39세이브, 올 시즌 41세이브로 2년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선수생활은 임창용의 약 절반이었으나 한일통산 세이브는 357개로 임창용보다 단 3개 적다. 두 사람은 개인통산 세이브를 두고 한국과 일본 혹은 한국과 미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태로 잠정 중단됐다. 선동열 전 삼성, KIA 감독이 한국에서 132세이브, 일본에서 98세이브로 한일통산 230세이브를 따낸 걸 감안하면 오승환과 임창용의 세이브 역사는 그만큼 찬란했다.
▲한국세이브 역사 퇴보
임창용과 오승환이 은퇴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세이브 역사도 퇴보가 불가피하다. 오승환이 한국통산 1위, 임창용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3~5위가 은퇴한 김용수(227세이브), 구대성(214세이브), 진필중(191세이브)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분간 오승환과 임창용의 한국 통산 세이브를 추격할 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FA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손승락이 현역 2위이자 통산 6위다. 그러나 177세이브로 오승환, 임창용을 당장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손승락은 내년 만 34세로 나이가 적지 않다. 뒤이어 현역 세이브 상위권 투수들을 살펴보면 두산으로 복귀한 베테랑 정재훈(137세이브, 현역 3위-전체 9위), LG 봉중근(109세이브, 현역 4위-전체 12위) 등이 있다. 그러나 둘 다 현역 생활이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다. 심지어 봉중근은 내년부터 선발투수로 복귀한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 간 구원난을 겪었다. 강력한 불펜투수, 마무리투수가 귀했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그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한국(사실상 일본까지)야구 세이브 역사의 중심을 잡아준 투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이 은퇴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야구 세이브 역사도 퇴보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두 사람을 뛰어넘을 특급 마무리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찬란했던 세이브 역사가 불법도박 스캔들로 완전히 평가절하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사법처리 된다면 두 사람의 통산세이브 가치도 어느 정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로선 부끄러운 얼룩을 남기는 셈이다.
[임창용과 오승환(위), 임창용(가운데), 오승환의 삼성시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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