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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멧돼지들이 산 아래로 내려와 농가를 위협하고 인명 피해를 입혔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우리와 먼 얘기같지만, 개그맨 이승윤은 직접 멧돼지와 산 속에서 마주치고 꽤 오랜 시간 대치한 적이 있다. 바로 MBN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을 하며 생긴 일이다.
“산에서 촬영을 하면 정말 별 일이 다 생긴다. 어느 날은 내 부주의로 인해 엄청 큰 장수말벌에 쏘여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정말 죽을 뻔 했다.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더라. 알고보니 매니저가 나를 업고 산을 뛰어내려 갔다더라.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들도 소중하다.”
사실 산 속에 있다보면 벌에게 쏘이는건 예삿일이다. 그러나 놀라운건 바로 멧돼지를 만났다는 것. 이승윤은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도 진땀이 난다”고 말했다.
“산 속에서 맷돼지를 만났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으르렁 거리면서 날 따라오더라. 멧돼지들이 새끼와 함께 있으면 주변을 경계하고 화를 낸다고 하더라. 내가 만약 거기서 뛰거나 소리를 쳤다면 공격당했을 것이다. 난 침착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산 아래로 내려갔다. 곁눈질로 슥~보니 멧돼지 무리가 수풀을 가르면서 날 따라오더라. 다행히 내가 위협을 하지 않으니 날 덮친다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자연인 분이 ‘멧돼지를 만나도 절대 뛰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사고가 없었다. 참 다행이다.”
산 속에선 먹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일단 재료가 많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음식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거절하는 건 자연인들이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승윤과 제작진은 늘 조심스럽다고.
“최대한 거기 계신분들이 먹는대로 먹으려고 한다. 어쩔땐 더덕, 산삼 등 몸에 좋은 것들을 먹기도 하는데 고라니 간, 민물고기 회 등 낯선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처음엔 입에 대는게 좀 힘들었는데 내가 안먹으면 자연인 분들이 나에게 이질감을 느끼실까봐 꾹 참고 먹었다. 그러다 탈도 나고 고생 좀 했지만 이제 아무렇지 않다. 심지어 ‘오늘은 어떤걸 해먹을까’하고 설레기도 한다. 이제 나도 반 자연인 다 됐나보다. 무작정 산에 뚝 떨어져도 살 수 있을 정도다.”
4년간 ‘자연인’과 함께한 이승윤은 이제 제작진과도 가족같은 사이가 됐고, 카메라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처음엔 뭔가 해보려고 개그를 시도하기도 하고 까불거리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언젠가부터 자신보다 자연인 분들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조용히 이끌어가는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내가 자연인이 되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다. 어느순간 ‘자연인’ 마지막회에는 제작진에게 ‘이제 내려들가~’하고 배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사진 = 이승윤 제공, MBN 홈페이지 캡처]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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