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결국 전자랜드와 포웰은 재결합했다.
전자랜드는 안드레 스미스가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뒤 끝없이 추락했다. 허버트 힐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이 떨어진다. 스미스 복귀는 기약이 없었다. 대체 외국선수 시장에서 데려올 만한 마땅한 선수도 없었다.
전자랜드는 결단을 내렸다. 11일 힐을 KCC에 내주고 지난 시즌까지 4시즌간 함께했던 리카르도 포웰을 재영입했다. 유도훈 감독은 전자랜드를 누구보다 잘 아는 포웰을 영입, 6강 진입을 향한 승부수를 띄웠다. 일단 12일 KT와의 원정경기서 완승했다. 단 한 경기로 전자랜드와 포웰의 재결합 결말을 예측할 수는 없다. 아직 정규시즌은 절반이 남아있다.
▲기대효과
KT는 전자랜드전 초반부터 지역방어를 활용했다. 조동현 감독은 "전자랜드가 스몰라인업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지역방어를 펼쳤다"라고 했다. 조 감독의 예상은 맞아떨어졌지만, 정작 전자랜드가 KT 지역방어를 너무나도 잘 해체했다.
유도훈 감독의 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존 오펜스는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포웰은 11일 전자랜드 선수단에 재합류했다. 12일 오전 전술훈련을 잠깐 실시했다고 해도 디테일한 전술적 준비를 할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포웰은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전자랜드 국내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포웰과 정영삼, 김지완, 정병국, 함준후 등 국내선수들은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별 다른 준비가 없었지만, 포웰이 중심을 잡고 국내선수들과 손짓과 눈짓으로 동선을 조정했다. 외곽에서 효율적인 패스가 돌았고, 손쉽게 3점슛 찬스를 만들었다. 이날 전자랜드는 25개의 3점슛을 던져 13개를 림에 꽂았다. 일반적으로는 골밑에서 빅맨이 수비수들을 모은 뒤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3점포가 확률이 가장 높다. 그렇게 훈련을 많이 하기 때문. 그러나 전자랜드는 지난 3년간 포웰과 국내선수들의 효율적인 외곽패스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냈다. 8~9개월만에 재회했지만, 그 감각은 금방 되살아났다. 4라운드다. 새로 들어온 외국선수와 국내선수가 서로 잘 알고 있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또 하나. 전자랜드는 여전히 전체적인 높이가 낮다.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수비조직력도 약화됐다. 결정적으로 스미스가 나가고 팀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구심점이 없었다. KBL 5시즌째를 맞이하는 포웰은 전자랜드의 리더로 손색 없다. 이미 지난 1~2년간 리더 역할을 했다. 그 효과는 지난 봄 6강, 4강 플레이오프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전자랜드는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포웰 위주로 패턴 오펜스의 정확성을 높였고,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해 견고한 수비조직력을 과시했다.
포웰은 첫 경기서 곧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3쿼터 중반 20점 내외로 앞서자 유 감독은 포웰을 잠시 쉬게 했다. 그러나 KT가 무섭게 추격하자 유 감독은 포웰을 다시 투입했다. 이때 포웰의 행동은 인상적이었다. 국내선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손짓과 눈짓으로 끊임없이 위치와 동선을 지정해줬다. 젊은 선수들은 순식간에 응집력을 발휘했고, 곧바로 팀 밸런스가 살아나며 KT의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포웰은 "팀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4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리더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KT전은 포웰 효과가 극대화된 경기였다.
▲과제
그렇다면 전자랜드가 포웰 재영입으로 6강 진입을 장담할 수 있을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올 시즌 KBL 환경, 전자랜드 팀 사정과 포웰이 지난 3시즌간 버텼던 전자랜드는 조금 다르다.
KBL은 올 시즌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외국선수 2명을 동시에 출전시킨다. 전자랜드의 경우 포웰과 새 외국선수 자멜 콘리가 함께 뛰는 시간이 최대 20분. 일단 포웰과 콘리의 호흡을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KT전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유도훈 감독은 "콘리는 수비형 선수다. 골밑에서 버텨주는 힘이 있는 선수다. 오늘도 리바운드 10개를 해준 게 고무적이다. 콘리가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면서 포웰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콘리는 KBL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다. 상대 팀, 상대 선수들을 잘 모른다. 포웰은 "내가 콘리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라고 했다. KT 역시 각 포지션별 높이가 낮다. 높이가 높은 팀을 상대로 공격 유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수비조직력. 수비력이 좋지 않은 힐 대신 포웰을 데려왔지만, 포웰 역시 골밑 포스트업 수비는 약하다. 포웰은 전형적인 외곽형 포워드. 때문에 포웰을 영입했다고 해서 전자랜드의 아킬레스건이 완벽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특히 콘리가 뛸 수 없는 1쿼터와 4쿼터에는 지난 시즌의 골밑 도움수비와 외곽 로테이션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현돼야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물론 포웰이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을 잘 알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전자랜드 수비 중심을 잡았던 이현호의 경우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주태수 역시 마찬가지. 역시 수비력이 좋은 함준후는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 시즌에 비해 좋은 수비조직력을 구축하기 위한 환경이 갖춰진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 유 감독은 "외국선수가 2명 뛰기 때문에, 수비 전술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국내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어야 한다"라고 했다. 전자랜드의 승부수가 어떻게 결론이 날까. 포웰과 전자랜드의 재결합 효과에 달렸다.
[포웰.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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