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가 셰익스피어 원작과 다른 점은 맥베스 부부가 자식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설정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한다. 원작은 아이를 잃었다는 내용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저도 아기에게 젖을 먹여 본 적이 있죠. 그래서 젖을 빠는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고 있답니다.”
맥베스 부인의 이 말은 자식이 있었지만, 죽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저스틴 커젤 감독은 아이를 잃은 맥베스의 상실감과 슬픔이 권력을 향한 야심과 집념으로 이어졌다고 재해석했다.
원작에서 맥베스는 세 마녀에게 “맥베스 만세! 앞날의 임금님이시여!”라는 말을 듣고 던컨 왕 시해를 결심한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갓난아기와 소녀를 함께 등장시켰다. 워싱턴포스트의 크리스틴 페이지-커비는 세 마녀가 모성의 각 단계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한 명은 임신했고, 한 명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으며, 마지막 한 명은 7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와 있다. 맥베스 부인은 임신할 수 없고, 따라서 갓난아기를 낳을 수 없으며, 7살 정도의 소녀를 키울 수 없다. 원작의 세 마녀가 권력욕을 부추긴다면, 영화의 세 마녀는 권력욕과 함께 자식을 잃은 슬픔을 상기시킨다.
맥베스 부부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왕의 부모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세 마녀는 맥베스의 친구인 밴쿠오에게 “자신은 왕이 될 수 없어도 자손이 왕이 될 분”이라고 예언했다. 맥베스는 자신의 모반살해를 눈치 챈 밴쿠오를 암살하고, 향후 왕이 될 그의 아들 플리언스까지 없애려하지만 실패한다.
원작에서 맥베스는 아들을 원했다. 술에 만취한 두 호위병에게 던컨 왕 시해 혐의를 뒤집어 씌우자는 부인의 계략을 들은 맥베스는 “당신은 사내아이만 낳을 거요! 두려움을 모르는 그 성격은 사내아이를 만들어내는 데만 적격일테니”라고 말한다. 그는 부인이 아들을 낳아주기를 바랐다. 영화는 아들을 잃은 것으로 그렸다. 왕위를 물려줄 세자가 죽었으니 권력을 쟁취하고, 그 권력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혈안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정적을 모두 제거해야한다.
“이 영원한 마음의 보석을 인류 공통의 적수인 악마에게 내 준 것도 결국은 밴쿠오의 자손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차라리 일이 이쯤 되었다면 좋다, 좋아, 운명이여 오너라, 내가 상대해 주마. 최후의 순간까지 싸울 테다.”
맥베스는 영원하지 않은 권력의 환영에 운명을 걸었다. 실재하지 않는 환영에 몸을 던진 자의 처참한 비극이 ‘맥베스’의 핵심이다. 저스틴 커젤 감독은 슬픔의 감정을 질료로 삼아 그의 비극을 담아냈다. 핏빛 노을 속에 쓰러져가는 맥베스의 슬픈 운명. 그의 말처럼, “인생은 다만 걸어가는 그림자일 뿐. 제시간이 오면 무대 위에서 활개치며 안달하나, 얼마 안 가 영영 잊혀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백치들이 지껄이는 무의미한 광란의 이야기”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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