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무패행진이 14경기에서 멈췄다. 구단 신기록을 눈 앞에 뒀던 토트넘은 장기인 압박축구가 흔들리며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은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왜 후반전에는 달라졌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실망했다. 보통 감독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겉으로 보여지는 전술보다 안에서 변하는 컨디션 또는 체력의 저하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날 토트넘이 그랬다. 불과 3일전 유로파리그를 치른 토트넘은 후반전이 되면서 뛰는 양이 급격히 줄었다. 어쩌면 누적된 피로일지도 모른다. AS모나코전을 쉰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조차 후반전에는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빡빡한 일정으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EPL) 박싱데이를 앞두고 토트넘의 압박축구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선발 명단
포체티노 감독은 유로파리그와 비교해 6명 변화를 줬다. 손흥민이 벤치로 내려간 가운데 케인이 선발로 복귀했다. 에릭센은 왼쪽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모나코전 해트트릭 주인공 에릭 라멜라는 오른쪽에 포진했다. 델리 알리는 공격형 미드필더(또는 처진 공격수)를 맡았고 무사 뎀벨레의 빈자리는 톰 캐롤이 대신했다.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지난 리버풀전(2-0승) 선발을 다시 중용했다.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4-4-1-1이었지만 공격시에는 4-2-2-2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좌우에 포진한 무사 시소코와 조르지뇨 베이날덤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둘은 전문 윙어가 아니다.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로 공격 2선에 모두 설 수 있지만 측면보단 중앙에 더 어울리는 포워드다. 그로인해 시소코와 베이날덤은 수비할 때 측면으로 넓게 서지만 공격시에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다.(다만, 이날은 시소코가 대니 로즈의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베이날덤보단 측면으로 넓게 섰다. 그러나 직선적인 움직임은 전문 윙어보다 윙포워드에 가까웠다)
#세트피스
양 팀 모두 디테일이 부족한 경기였다. 볼 터치 또는 슈팅을 위한 마무리 동작이 다른 경기와 비교해 투박했다. 토트넘과 뉴캐슬이 수준급의 드리블러를 보유했음에도 1대1 돌파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건 그래서다. 토트넘은 총 11차례 개인돌파 중 3차례 성공에 그쳤다. 상대 페널티박스안 성공은 ‘0개’였다. 뉴캐슬도 마찬가지였다. 무려 19차례 개인돌파 중 3번 성공했다. 슈팅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토트넘은 20개 슈팅 중 8개가 골문으로 향했지만 로베르트 엘리엇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라멜라의 찬스가 아쉬웠다. 모나코전처럼 측면에 있다 순간적으로 페널티박스안 침투로 기회를 잡았지만 슈퍼세이브에 가로막혔다. 뉴캐슬은 전반전과 후반전이 달랐다. 토트넘의 압박에 고전한 전반전에는 슈팅이 단 2개였고 유효슈팅은 0개였다. 반면 후반전에는 6개 슈팅을 시도해 4개가 유효슈팅으로 연결됐고 2골이 터졌다.
결국 두 팀의 첫 득점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토트넘은 전반 39분 에릭 다이어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고 뉴캐슬은 후반 29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밀어 넣었다. 두 골 모두 맨마킹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실수가 만든 득점이란 얘기다.
#두 얼굴
후반전이 되자 토트넘 압박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1)태클이다. 토트넘은 총 22개의 태클을 시도했다. 전반전(10개)과 후반전(12개) 숫자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안을 보면 다르다. 전반전 상대진영에서 시도한 태클은 10개 중 4개였다. 그러나 후반전은 단 1개에 그쳤다. 2)가로채기다. 전반전은 상대진영을 포함한 경기장 2/3 지역에서 5개의 가로채기 중 4개를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전은 9개 중 7개가 토트넘 진영에서 이뤄졌다. 이는 토트넘의 압박 라인이 전반전과 비교해 후반전에 많이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 개인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에릭센, 라멜라, 케인은 전반전에 상대 공을 가장 많이 빼앗은 선수였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에릭센은 총 6번 상대 공을 탈취했는데 그것이 모두 전반전에 쏠렸다. 후반전은 한 번도 상대 공을 빼앗지 못했다. 라멜라도 7번 중 5번이 전반전이었고, 케인도 6번 중 4번이 전반전에 집중됐다. 포체티노 압박 축구의 시작은 전방부터 이뤄진다. 그러나 후반 들어 케인을 포함한 공격 2선의 압박 강도가 줄어들면서 자신들의 축구를 하지 못했다. 포체티노가 경기 후 전반전과 후반전의 다른 경기력에 고개를 가로저은 이유다.
뉴캐슬의 기록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전반전 상대진영에서 단 3개에 불과했던 태클 숫자가 후반전에 7개로 늘어났다. 개인 기록에서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버논 아니타는 이날 상대 공을 가장 많이 뺏은 선수다. 무려 11번 상대 공을 탈취했는데 전반전(4번)보다 후반전(7번) 기록이 더 좋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토트넘의 압박은 약해졌고 뉴캐슬의 압박은 강해졌다.
#교체
맥클라렌 감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 명의 공격수를 교체해 2골을 만들어냈다. 먼저 심 데용을 빼고 페레즈를 투입한 데 이어 파피스 시세를 불러들이고 미트로비치를 내보냈다. 스타일의 변화였다. 최전방에 파워와 스피드를 더했다. 신체조건이 좋은 미트로비치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골을 넣었고 페레즈는 토트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 뒤 역전골을 성공했다. 물론 휴고 요리스의 실수도 한 몫을 했다.
포체티노는 첫 교체 카드로 손흥민을 꺼냈다. 캐롤을 불러들인 뒤 알리를 후방으로 내렸고 손흥민을 공격 2선 중앙에 세웠다. 그러나 뉴캐슬처럼 교체 효과는 없었다. 손흥민은 2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태클 2개를 성공하고 1차례 상대 공을 탈취했지만 이미 에릭센과 라멜라의 압박 강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수비적인 가담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팀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6점)보다 캐인, 에릭센 그리고 요리스(이상 5점)의 경기력을 더 지적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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