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 한국영화는 ‘국제시장’(2015년 1월 천만돌파), ‘암살’, ‘베테랑’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여기에 개봉을 앞둔 ‘히말라야’와 ‘대호’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한 해 4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에는 허리가 없다.
올해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국제시장’. 지난해 12월 개봉한 ‘국제시장’은 올해 첫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을 알렸다. 바통을 이어 받은 작품이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2월 개봉, 누적 387만명, 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과 ‘스물’(3월 개봉, 304만명). 이후 한동안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름이 되자 ‘연평해전’(6월 개봉, 누적 604만명)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흥행 잭팟이 터진 건 8월. 7월 개봉해 8월까지 흥행 열기를 이어간 ‘암살’이 1,270만명을 동원했으며, 불과 2주 뒤 ‘베테랑’(누적 1,341만명)이 천만 돌파 소식을 전하며 유례없이 한 달 새 천만 영화 두 편 탄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쌍천만 시대’를 연 것.
이후 ‘사도’가 62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11월 ‘검은 사제들’이 박스오피스를 이끌고 ‘내부자들’이 뒤를 탄탄히 받쳐줬다.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이례적으로 11월에 이어 12월까지 흥행력을 이어가며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역대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한국 영화 중 흥행 3위 기록이다.
이렇게만 보면 2015년 한국영화계는 찬란한 한 해를 보냈다. 한 해 동안 세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고, 500만명 이상 동원한 한국영화가 7편이나 된다. 그 중 ‘국제시장’은 역대 개봉작 중 흥행 2위, ‘베테랑’은 3위, ‘암살’은 7위를 기록했다. ‘내부자들’의 600만명 관객 동원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로서는 9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하지만 흥하거나 쇠하거나 양 극단이 있을 뿐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는 240편이 넘지만 이 중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단 22편뿐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지난 2014년에는 25편, 2013년에는 31편의 한국영화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문제는 이런 허리 부분을 받쳐주는 영화들이 없어질 경우 한국 영화는 점점 더 양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며 새로운 작품, 감독, 배우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들이 사라진다. 자연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점점 더 안전한 길을 찾게 되고,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잃게 된다.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악순환인 상황이 이어지는 것.
2013년 한국영화는 ‘변호인’(누적 1,137만명)의 양우석, ‘숨바꼭질’(누적 560만명)의 허정 등 걸출한 신인 감독을 얻었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누적 239만명) 여진구와 ‘소원’(누적 271만명)의 이레 같은 성인배우 못지않은 충무로를 이끌어 갈 새싹들을 발견했다. 2014년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누적 384만명)라는 보석 같은 영화를 발견했고 ‘끝까지 간다’(누적 345만명)를 보며 영화의 힘만 있다면 제반 조건은 중요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들 모두 한국영화의 허리가 이뤄낸 성과였다.
허리층이 무너지면 대박 영화도 안심할 수 없다. 대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배우, 감독, 작가 등이 공급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아닌 한국영화 관객쏠림 현상. 한국 영화는 허리를 단단히 만들 필요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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