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은 올 시즌에도 선두독주를 시작했다.
14일 최하위 KDB생명을 10연패로 몰아넣으며 5연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 KEB하나은행, 신한은행과 3강을 형성했지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적인 악재 속 승률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이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결국 2위 신한은행을 3경기 차로 밀어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전력이 약화됐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승아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비 시즌 재활에 임하느라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양지희도 대표팀 강행군을 소화한 뒤 허리가 조금 좋지 않다. 강영숙이 은퇴하면서 백업 빅맨도 마땅치 않다. 골밑에서 안정적으로 점수를 만들어냈던 외국선수 샤데 휴스턴 대신 주요 공격지점이 외곽인 쉐키나 스트릭렌 영입도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통합 4연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체적인 악재들을 하나, 둘 극복해내고 있다.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그 과정 속을 들여다보면 위성우 감독의 인내심이 묻어있다.
▲이승아와 이은혜, 김단비
위성우 감독은 시즌 초반 "지난 시즌에 승아를 빨리 복귀시킨 것 같아 후회한 적도 있다"라고 했다. 이승아는 지난 시즌에도 발목 부상으로 시즌 중반 장기 결장했다. 결국 우리은행의 통합 3연패를 이끌었지만, 몸 상태는 불안했다. 그 여파가 올 여름 비 시즌에도 지속됐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어졌다.
위 감독은 두 번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았다. 올 시즌 초반부터 이승아의 출전시간을 철저히 조절하고 있다. 올 시즌 이승아는 평균 12분 출전 중이다. 거의 매 경기 출전시키지만, 무리시키지 않는다. 비 시즌에 재활로 체력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정상적인 경기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KDB생명전서도 11분29초간 4리바운드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위 감독은 이승아를 다시 부상의 덫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 시즌을 길게 내다보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농구는 선수층이 얇아 주전 의존도가 높다. 더구나 1대1 수비력이 좋은 이승아는 우리은행 수비조직력 핵심 자원. 지난 시즌에는 외곽슛도 장착, 박혜진과 함께 리그 최고 가드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위 감독은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이승아를 아끼고 있다.
대신 백업 가드 이은혜 성장에 중점을 뒀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은혜가 투입될 경우 우리은행 특유의 존 디펜스 프레스가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약속된 움직임(트랩)이 복잡한데다 이은혜의 신장(168cm)도 작은 편.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은혜가 투입돼도 우리은행 특유의 존 프레스가 매우 강력하다. 이은혜를 위한 맞춤형 존 프레스를 구축했다. 또한, 이은혜는 투지가 좋아 리바운드 가담도 좋고 패스센스도 갖췄다. 공격력은 약한 편이지만, 어느 팀에도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정도의 가드로 성장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 경기를 보면 승부처에서 이은혜의 공헌도가 매우 높다. 비 시즌 박성배 코치의 공로가 있었고, 위 감독의 인내심도 한 몫 했다.
김단비도 성장 중이다. 강영숙이 은퇴했고, 양지희의 허리가 좋지 않은 상황서 위 감독은 백업 4번 요원으로 김단비를 활용하고 있다. 4번을 보기에 신장(176cm)이 작지만, 쉐키나 스트릭렌이 기용될 때 상대 빅맨들을 요령 있게 잘 막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가끔 던지는 외곽슛도 날카롭다. 김단비는 KDB생명전서도 16분23초간 알토란 같은 8득점을 올렸다. 위 감독은 김단비를 경기 초반에 집중 투입한다. 동시에 양지희의 체력을 세이브하고 승부처에 집중적으로 기용한다. 양지희를 배려하는 동시에 김단비의 성장도 도모하는 절묘한 기용법.
▲스트릭렌 향한 배려
타 구단 한 감독은 "굳이 따지자면 스트릭렌이 우리은행의 약점"이라고 했다. 주요 활동지점이 외곽인 스트릭렌의 성향을 짚은 것이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뛰었던 샤데 휴스턴에 비해 꾸준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일반적으로 농구는 림에서 멀어질수록 득점 확률과 애버리지가 떨어진다)
그러나 스트릭렌은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은행의 공격 밸런스에 적응하고 있다. 신한은행, KB 시절에 비해 슛 셀렉션이 안정적이다. 오히려 위 감독은 스트릭렌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한다. 그의 장점인 외곽 화력을 극대화하고, 대신 국내선수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위 감독은 "WKBL에 오는 외국선수는 WNBA 주전들이 아니다. 완벽한 외국선수는 없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동선이 겹치는 임영희의 경우 올 시즌 공격횟수가 줄었다.(물론 14일 KDB생명전처럼 슛 감각이 좋은 날도 있다. 하지만, 임영희는 스트릭렌을 많이 배려한다)
스트릭렌은 성격이 섬세해 KB시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전 농구계에서는 훈련량이 많고 (훈련에 대해서는)선수들과 타협을 하지 않는 위 감독과 스트릭렌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다. 우리은행의 견고한 공격시스템이 스트릭렌의 외곽 중심 농구에 의해 깨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기우였다. 위 감독은 스트릭렌이 우리은행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게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고 있다. 스트릭렌은 여전히 공격 기복이 있고 수비력은 돋보이지 않지만, 위 감독은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스트릭렌의 기를 살려준다.
우리은행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선두독주체제를 굳힌 건 지난 3년간 구축했던 기존의 공고한 시스템 힘이 극대화된 덕분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 위성우 감독의 인내심이 숨어있다.
[위성우 감독(위), 이은혜(가운데), 스트릭렌(아래). 사진 = 구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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