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 포워드 전준범은 성장했다.
유재학 감독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 감독은 지난 여름 모처럼 소속팀 모비스 훈련을 지휘했고, 전준범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전준범은 본래 외곽슛 감각이 좋은 포워드지만, 2013-2014시즌 데뷔 후 두 시즌간 출전시간이 적어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문태영의 이적과 송창용의 어깨부상으로 시즌 중반 들어 주전 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기록이 성장을 말해준다. 30경기서 평균 24분21초 출전하면서 9.97점, 3.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평균 1.9개의 3점슛을 넣었는데, 성공률이 무려 47.4%다. 지난 시즌 평균 16분35초 동안 4.7점, 1.7리바운드, 0.8개의 3점슛, 3점슛 성공률 43%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3차례 3점슛을 시도했는데, 올 시즌에는 무려 4.7차례 시도했다.
▲성장의 증거와 필요성
전준범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공을 잡고 자신 있게 올라간다(슛을 던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실제 전준범의 슛 폼을 보면 굉장히 간결하고 깔끔하다. 신장이 194cm라 타점이 높다. 공을 잡고 슛으로 연결하는 시간마저 빨라지면서 수비수 입장에선 막기 쉽지 않은 슈터가 됐다.
그 결과 꾸준함이 생겼다. 모비스 이도현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2경기 연속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라고 했다. 실제 전준범은 11일 오리온전서 22점(3점슛 6개), 13일 동부전서 25점(3점슛 4개)으로 연이어 맹활약했다. 그는 11월 이후 치른 15경기 중 9경기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약점이었던 수비력도 많이 향상됐다. 전준범은 몸 자체가 얇다. 살도 찌지 않는 체질이다. 때문에 현대농구의 미덕인 거친 몸싸움에는 여전히 약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조금씩 요령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원주 원정서 윤호영을 꽁꽁 묶던데 나도 놀랐다"라고 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경기 중 응집력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13일 동부전서도 전반전에만 23점을 퍼부었으나, 후반전에는 단 2점에 그쳤다. 턴오버도 5개로 모비스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갑작스럽게 어이 없는 패스 미스를 하거나, 상대 스크린에 걸렸을 때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 뒤 상대 공격수에게 오픈 슛을 내주는 과정에서 뒤늦게 공격수의 몸을 치며 3점 플레이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쓸데 없는 파울이었다. 아직은 수비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증거) 득점 루트도 아직은 대부분 오픈 3점슛. 돌파 혹은 미드레인지 점퍼 테크닉을 더 키워야 한다. 유 감독은 "스크린을 받고 움직이면서 쏘는 슛을 연습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전서도 조금씩 무빙슛이 나온다. 성장속도는 빠르다)
▲모비스 시스템의 견고함
일단 전준범의 성장은 그의 노력이 원동력이다. 전준범은 엄격한 유 감독의 잔소리를 칭찬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그런데 전준범의 성장을 보면 모비스 시스템 농구의 견고함이 보인다. 전준범은 "(양)동근이 형이나 (함)지훈이 형이 공을 잘 넣어준다. 그걸 잡아서 (슛을)던질 뿐이다. 지훈이 형이나 클라크는 스크린도 잘 걸어준다"라고 했다.
전준범 공격의 7~80%는 3점슛 라인 바깥 오픈 찬스에서 공을 잡은 뒤 원 드리블 이후(혹은 곧바로) 시도하는 3점슛(일명 받아먹기)이다. 이 공격은 전준범 개인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에게 볼을 배급하는 선수들의 역량도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전준범의 성장은 모비스 특유의 좋은 공격 시스템도 한 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어시스트 1위는 5.97개의 함지훈, 2위는 5.57개의 양동근이다. 어시스트 1~2위가 모두 모비스에서 뛴다. 그만큼 모비스는 패스 게임에 의한 유기적인 공격이 잘 이뤄진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수비수 1명을 확실히 달고 다니고, 빅터 혹은 클라크가 수비수 2명을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준범에게 공간이 넓어지는 부분도 있다. 또한, 함지훈은 "동료들이 잘 움직여주고 잘 넣어줘서 (어시스트)개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전준범이 함지훈과 양동근이 제공하는 질 좋은 패스의 수혜자인 것도 사실이다. 제 타이밍에 정확히 패스를 받아야 슛 성공률도 높아진다. 수비수의 견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서 자신의 리듬과 호흡에 따라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슛을 던지면 성공률도 높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죽은 볼'(수비수가 몰려있는 상황서 공을 받는 것)을 잡은 선수는 그만큼 슛을 시도했을 때 실패확률이 높다. 수비수들의 집중견제 속에서 슛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마찬가지로 공격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팀의 경우 슈터가 제 타이밍에 자신만의 좋은 슛 밸런스를 갖춘 채 슛을 던지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 농구관계자는 "그런 팀의 경우 슈터가 스스로 찰나의 틈에서도 슛 밸런스를 최대한 유지하는 기술을 갖추거나, 무빙 슛 테크닉이 완벽해야 한다. SK 문경은 감독이 현역 시절 팀을 옮기면서도 일정 수준의 폭발력을 계속 갖고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직 전준범이 이 레벨까지 도달하지 못한 걸 감안하면, 모비스 특유의 견고한 시스템이 전준범의 성장에 도움을 준 건 확실하다. 건강한 공격 시스템을 갖춘 팀에서 뉴 페이스가 탄생하고, 뉴 페이스가 좋은 시스템을 체득하면 팀도, 개개인도 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전준범.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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