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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특별하지만 지독했다.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52)의 ‘3년차 징크스’ 이야기다. 지난 시즌 압도적인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후 무리뉴는 “지금의 첼시는 주축들을 중심으로 10년 동안 만들어진 팀이다. 앞으로 10년간 유럽을 지배할 것”이라며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불과 1년 만에 초라한 계약해지로 끝이 났다.
첼시는 18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무리뉴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그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었다. 그가 이곳에서 남긴 업적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무리뉴와의 결별을 발표했다.
이로써 무리뉴는 2013년 6월 첼시 복귀 후 약 2년 6개월 만에 다시 지휘봉을 내려 놓게 됐다. 2004년 첫 첼시 부임 후 2007년 9월 시즌 도중 경질됐던 무리뉴는 또 한 번 ‘3년차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쓸쓸히 스탬포드 브리지를 떠나게 됐다.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지난 시즌 리그 정상에 올랐던 무리뉴는 올 시즌 초반부터 추락을 거듭했다. 주축 선수들의 피로와 경직된 전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시적인 부진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떨어진 팀 분위기는 좀처럼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팀 탁터 에바 카네이로를 시작으로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성적 외에 다른 요소들까지 무리뉴를 삼키며 그를 흔들었다. 무리뉴는 공공의 적이 됐고 유일하게 그의 편이었던 ‘성적’마저 추락하며 경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목할 점은 3년 만에 무리뉴의 하락이 재현됐다는 점이다. 무리뉴의 3년차 징크스는 마치 급경사에 올라 탄 롤러코스터 같다. 부임 초기에는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정상에 올라선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추락을 시작한다. 아스날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과학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무리뉴가 만든 최고의 팀은 왜 3년 만에 한계점에 다다르는 것일까.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여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여름 이적시장의 실패와 지난 시즌 누적된 선수들의 피로가 영향을 미쳤다. 전술적인 변화가 없었던 점도 그렇다.
무리뉴 감독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는 그의 3년차 징크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년 주기로 팀이 하락하는 일이 생겼다. 무리뉴는 그의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 노력했다. 최선도 다 했지만 무리뉴의 몇몇 방식들은 특별했던 점을 잃게 만들었다”
드로그바는 무리뉴의 어떠한 점이 선수들의 특별한 점을 잃게 만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리뉴가 3번째 시즌에 도달했을 때 그의 방식이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분명히 동의했다. 3년차 징크스가 무리뉴 자신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과거 첼시에서 무리뉴의 지도를 받았던 뎀바 바의 발언에서 그 실체는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뎀바 바는 “무리뉴는 3년 연속으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그와 3년을 뛰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무리뉴는 항상 선수들이 한계에 다다르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은 신뢰를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실제로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 부른 무리뉴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비를 강조하는 그는 최전방 공격수부터 헌신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자신의 계획에서 그 선수를 제외한다. 케빈 데 브루잉(맨체스터 시티), 안드레 쉬얼레(볼프스부르크),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모하메드 살라(AS로마) 등이 뛰어난 재능에도 무리뉴의 외면을 받았다.
무리뉴는 모두가 인정하는 ‘우승청부사’다. FC포르투, 인터밀란에서 두 차례 유럽정상에 올라섰고 세계 최초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3대리그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러나 한 팀을 오래 이끌진 못했다. 알란 파듀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이 “아르센 벵거는 알렉스 퍼거슨 다음으로 위대한 감독이다. 하지만 무리뉴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건 그래서다.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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