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트로이 길렌워터가 맹활약해도 LG는 웃을 수 없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50점은 그냥 넣을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길렌워터를 데리고 있었던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넣는 건 도가 튼 선수"라고 했다. 올 시즌 LG로 옮긴 길렌워터는 경기당 평균 26.8득점으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 중이다. 무릎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인 또 한 명의 득점기계 애런 헤인즈(오리온, 25.9점)를 제쳤다.
길렌워터는 힘이 엄청나다. 신장이 199cm지만, 넘치는 파워로 어지간한 외국선수와의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는다. 지구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승부가 갈리면 백코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박빙 승부서는 엄청난 응집력으로 득점본능을 발휘한다. 골밑에서의 페이크 테크닉이 좋고 스텝도 유연하다. 간혹 던지는 외곽슛도 나쁘지 않다. 결국 골밑에서 길렌워터가 공을 잡으면 2점으로 연결될 확률은 상당히 높다.
▲팀 승리와 연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LG의 성적. 올 시즌 최하위에서 허덕이는 LG는 22일 SK전 패배로 8승24패가 됐다. 사실상 6강 진입은 쉽지 않고, 최하위 탈출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길렌워터가 맹활약하지만, LG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LG의 딜레마다.
LG는 올 시즌 길렌워터가 30점 이상 올린 12경기서 4승8패에 그쳤다. 특히 길렌워터의 맹활약으로 3쿼터까지 앞서놓고도 4쿼터에 대역전극 희생양이 된 경우가 많다. 20점 내외로 앞서다가도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경기 막판 어이 없는 턴오버에 발목이 잡힌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패배가 거듭되면서 길렌워터는 길렌워터대로 힘이 빠지고, LG 전체적인 팀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뼈 아픈 가드진 약세
LG는 올 시즌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시래가 군입대했다. 문태종이 FA 자격을 얻어 오리온으로 떠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힘겨울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도 많지 않았다. 토종센터 김종규에 득점력을 갖춘 김영환, 기승호, 수비력이 좋은 양우섭이 버티고 있다. 보조 외국선수들의 부진 혹은 부상 악재가 있었지만, 데이본 제퍼슨의 득점력만큼은 길렌워터가 메워내고도 남는 수준.
김시래 공백이 크다. 현재 LG 가드진은 유병훈, 신인 정성우, 한상혁 등으로 운영된다. 유병훈은 패스센스만큼은 김시래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통 포인트가드로 대성할 자질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승부처에서 실책이 잦고, 경기운영, 득점력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유병훈은 올 시즌에만 2~3차례 경기 막판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고개를 숙였다. 신인 정성우와 한상혁은 나름대로 제 몫을 해내고 있지만, 경기운영 안정성이 떨어진다.
가드진이 길렌워터에게 좋은 타이밍에 좋은 패스를 넣어주지 못한다. 빠져나오는 공을 외곽포로 연결하는 부분도 부족하다. 길렌워터가 소위 말하는 '죽은 볼'도 탁월한 테크닉과 결정력으로 득점으로 연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 공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22일 SK전의 경우 정성우의 외곽슛 테크닉이 좋지 않다는 걸 간파한 SK 가드진이 오랜 시간 골밑 도움수비를 펼쳤으나, LG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SK는 베테랑 이정석의 존재감(데이비드 사이먼 활용도 극대화)이 경기막판 드러났다.
결국 팀 공격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서 길렌워터가 승부처에서 성급한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SK전서도 3점 뒤진 경기종료 20초전 공을 잡자마자 좌중간에서 무리하게 3점포를 시도했고, 실패한 뒤 속공을 내줘 무너졌다. 그에 앞선 경기종료 40초전에도 좌중간 동점 3점포를 터트렸으나 역시 슛 셀렉션은 성급했다. 길렌워터를 탓할 수 없다. 가드진의 부진과 함께 토종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득점에 가세하지 못한 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LG가 안정적인 수비조직력을 갖춘 편도 아니다.(길렌워터가 수비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국내선수들이 효율적으로 메워내지도 못하는 편. LG는 올 시즌 평균 82.1점으로 최소실점 9위)
한 농구관계자는 "대역전패, 승부처에서의 결정적 실책이 겹치면서 LG 국내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결국 길렌워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선수들, 길렌워터 모두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길렌워터의 분전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길렌워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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