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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 없는 것, 바로 '스마트폰'이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덕선(혜리)의 엄마 이일화는 곤로에서 가스레인지로 바꾸고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또 덕선은 마이마이에 언니가 빌려준 이문세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드는 등 그 시절 감성이 잘 묻어나는 물건들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없었기에 더욱 아련하고 애틋한 물건도 있다. 올해 국내 보급률 80%을 뛰어넘은 '스마트폰'은 현 시대에 하루도 없이 살기 힘든 필수품이 돼버렸다. 약속을 정하고 약속장소에 가면서도 전화를 하고 SNS 메신저를 사용하는 등 몸의 일부가 돼버렸다. 약속장소에 엇갈릴 일도, 연락이 안돼서 답답해할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 쌍문동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2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편에서 선우(고경표)는 포장마차에서 만나기로 한 여자친구 보라(류혜영)를 보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부리나케 뛰어갔다. 그는 "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라며 "다음부터는 10분 더 늦게 봐요"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나 10분 늦을 것 같아"라고 연락을 하면 그만이지만, 그 시대에는 그 누군가 나를 위해 그저 기다리고 있다는 '기다림'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있었다.
또 13회 '슈퍼맨이 돌아왔다' 편에서는 택(박보검)의 아빠 최무성이 일본 도쿄로 대국을 간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비행기가 난기류로 불시착했다는 뉴스 속보를 접한 그는,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택이 방에 있던 자물쇠를 부수고 호텔 연락처를 찾으며 애가 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시청자들 또한 슈퍼맨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택이 아빠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그 시간 택이는 도쿄 호텔에 무사히 잘 도착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로 아빠의 연락을 받고 "네 아빠, 저 잘 도착했어요"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최무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각자 연락할 수단이 없었을 시절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14회 '걱정말아요 그대' 편에서는 스마트폰, 휴대전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김성균의 첫째 아들 정봉(안재홍)은 운명적으로 만난 미옥(이민지)에게 부루마블 황금열쇠로 데이트 신청을 했고 두 사람은 종로 반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커피숍과 레스토랑으로 나눠있는 터라 두 사람은 한 층을 사이로 엇갈렸고 미옥은 눈물을 머금고 집에 돌아와 친구 덕선에게 "나 까였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빠가 너 하루종일 기다렸어"라는 말을 듣고, 미옥은 다시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정봉은 영업이 끝난 레스토랑 앞에서 89년 늦은 겨울, 꽁꽁 언 손에도 미옥에게 줄 빨간 장미꽃다발을 꼭 쥔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은 애틋한 키스를 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스마트폰으로 '빠름'을 바라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응답하라 1988'은 시청자들에게 어쩌면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 그리고 지금 그러지 못하는 아련한 향수와 로맨틱한 판타지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로 사랑받는지도 모른다.
한편 최근 방송된 14회 '걱정말아요 그대' 편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6%, 최고 시청률 17.4%로 또 한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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