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극단 차이무가 스무살이 됐다. 그러나 변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관객들을 만난만큼 20주년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물론 20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이상우 연출의 신작 '꼬리솜 이야기'에 이어 현재 차이무 대표인 민복기의 신작 '원파인데이'로 20주년 기념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
그러나 신작이라고 해서, 스무살이 된 차이무라고 해서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 특히 '원파인데이'는 더욱 그렇다. 민복기 연출 특기인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냈다. '원파인데이'는 그래서 더 차이무스럽다. 스무살이 되어도 여전한, 우리가 사랑하는 그 차이무의 색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연극 '원파인데이'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어느 하루에 벌어진 사건의 경험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어느 날 키우던 개가 동네 아주머니를 심하게 물어 그 아주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병원에 갔다가 취객의 난동을 만나고 그 취객은 지명수배자로 밝혀져 결국 경찰서에 끌려가게 된다. 개 한 마리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고 또 개 한 마리 때문에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소동극이다.
'원파인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진짜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정신을 쏙 빼놓는다. 우리에게 진짜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특수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시키고, 극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을 그리지만 개 한마리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는 만큼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개 짖는 소리가 이야기의 전환을 알린다. 사람을 물어 개장수에게 팔린 개는 한순간 바닥을 찍는다. 그러나 이내 그 개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탈출하게 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지명수배자에게 위협 받던 할머니들을 구해 한순간 영웅이 된다.
바닥을 치던 인생이 한순간에 영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삶이 전환되는 개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도 변화한다. 곪았던 상처가 폭?P며 싸우던 이웃들은 이 사건을 통해 다시 뭉치게 된다. 개를 문 집 아들인 정훈과 정훈의 헤어진 연인인 진경도 이 사건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작은 일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지만 '원파인데이'는 그 안에서 평범함 속 따뜻한 감동을 추구한다. 극은 내내 코믹하게 흘러가고 한바탕 웃다 보면 '원파인데이'처럼 관객 역시 신선한 전환점을 마주하게 된다.
코믹극인 만큼 관객들과의 소통도 재미있다. 적절한 선에서 관객에게 말을 걸고, 관객을 참여시킨다. 재치 넘치는 영상과 음향 효과, 많지 않은 소품 활용과 무대 변화가 재미를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최고다. 진짜 우리 동네에 있을법한 인물들의 생활 연기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차이무의 저력을 입증한다. 이들의 생생한 연기는 차이무 배우들이 왜 '연기 잘하는 배우사단'으로 불리는지 깨닫게 한다. 정신없는 소동극 속에서 차이무만의 특징을 살리고 그 저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스무살이 되어도 차이무는 여전하다. 관객들이 사랑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가 애정하는 그 배우들이 여전히 무대를 꽉 채우고 있다.
연극 '원파인데이'. 공연시간 90분. 2016년 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술마당 2관. 문의 극단 차이무 02-747-1010
[연극 '원파인데이' 공연이미지. 사진 = 극단 차이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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