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아 스톡스가 WKBL 최고 외국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외국선수 키아 스톡스(22,192cm)는 득점보다는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 수비력이 돋보인다. 더구나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배구선수(농구와 겸업)로도 활약했고, 대학을 거쳐 WNBA에서도 단 한 시즌만 뛰었다.
일반적으로 KBL, WKBL 구단들은 주득점원 역할 혹은 골밑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공격형 센터를 메인 외국선수로 선발한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외국선수 드래프트도 그랬다. KEB 하나은행이 1라운드 1순위로 검증된 스코어러 샤데 휴스턴을 뽑았다. KDB생명도 1라운드 2순위로 WNBA 베테랑 득점원 플레넷 피어슨을 선발했다.
하지만, 1라운드 3순위 지명권을 잡은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쉐키나 스트릭렌(우리은행), 모니크 커리(신한은행) 등 WKBL을 경험했던 스코어러 대신 스톡스를 과감히 선발했다. 주변에선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임 감독의 스톡스 선발 이유는 명확했다. 리빌딩이 필요한 삼성생명 현실에서 외국선수가 국내선수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게 옳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 득점력을 앞세운 외국선수가 볼 소유시간이 길 경우 국내선수들의 공격 테크닉 향상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팀 리빌딩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게 임 감독 생각이었다. 결국 임 감독은 삼성생명에 건강한 리빌딩 시스템을 이식하기 위해 스톡스를 선발했다. 4라운드에 접어든 상황. 임 감독은 팀 리빌딩(물론 시행착오도 있다. 임 감독이 인정한 부분)과 스톡스의 개인능력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나가고 있다.
▲건실한 수비력
임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스톡스는 건실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삼성생명 수비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일단 수비를 우선하는 마인드가 뛰어나다. 스톡스는 "나는 수비수다. 수비부터 하고 공격에 임하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모든 지도자가 기복이 있는 공격보다 수비를 우선하는 마인드를 갖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전서 개인욕심과 체력저하로 경기 중 기본을 망각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스톡스의 수비중심 마인드는 인상적이다.
스톡스는 WKBL 주요 빅맨들과 비교할 때 신장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팔 길이도 길다. 파워가 빼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탁월한 위치선정과 센스로 공격수들의 길목을 적절히 차단하는 데 능하다. 일단 힘 있는 외국선수들의 포스트업도 제법 잘 견뎌낸다. 최대한 버텨낸 뒤 공격수가 돌아설 때 적절히 블록으로 차단하거나 슛을 어렵게 던지게 유도한다. 스톡스는 "배구를 했던 게 블록 타이밍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모든 선수는 장, 단점이 있다. 상대의 단점을 파악해뒀다가 이용하고, 잘하는 것을 못하게 막는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매우 영리한 수비수다.
현재 WKBL 외국선수들 중 스톡스의 수비력, 즉 림 보호능력은 단연 최고다. 삼성생명은 스톡스를 투입할 때 수비조직력이 안정된다. 물론 여전히 국내선수 리빌딩이 지지부진한 경향이 있다. 임 감독도 "시행착오가 있다. 내가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했던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스톡스가 기본적으로 매 경기 높은 수비공헌을 하면서, 삼성생명이 여전히 순위다툼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 외국선수로의 진화
스톡스는 최근 득점력도 부쩍 좋아졌다. 매 경기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면서, 공격에서도 조금씩 팀 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신한은행전서는 4쿼터 종료 4.1초전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트렸다. 스톡스는 "대학 시절에 3점슛을 단 1개 넣어봤다. 그런데 오늘 2개(2쿼터에도 1개 성공)나 넣었다"라고 기뻐했다.
임 감독은 "스톡스의 슈팅능력이 나쁜 편이 아니다. 연습할 때는 제법 잘 들어간다"라고 했다. 실제 스톡스의 슛 폼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만, 수비수들이 스톡스가 외곽에서 공을 잡으면 견제하지 않고 다른 선수에게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톡스가 편안하게 슛을 던질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또한, 스톡스는 공을 잡고 곧바로 슛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즉, 세트 슛만 간간이 던질 수 있는 수준. 결과적으로 스톡스의 슈팅 테크닉은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다만, 골밑 공격은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스톡스는 "슛도 좋지만, 포스트업과 골밑 공격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라고 했다. 임 감독도 의도적으로 스톡스의 공격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패턴을 만들었다. 삼성생명은 최근 세트오펜스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의 공격을 노린 뒤 스톡스에게 포스트업을 시키는 장면도 많이 보여준다. 스톡스의 골밑 공격 테크닉이 WKBL 최고수준의 외국선수들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심심찮게 다득점을 뽑아낸다. 블록 포함 트리블더블을 기록하기도 했고, 신한은행전서도 21점을 올렸다. (물론 상대가 스톡스의 공격력을 좀 더 철저히 막는 전략을 갖고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결국 스톡스는 화려함 아닌 건실함으로 외국선수들 중 최고 공헌도(WKBL 산정, 486.25점)를 기록 중이다. 한 여자농구 관계자도 "지금 하는 것만 봐서는 스톡스가 커리나 스트릭렌보다 더 낫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선수들은 수비력이 떨어지거나, 승부처에서 무리한 슛 셀렉션으로 실책이 잦은 경우가 있다. 당연히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다득점을 올리는 외국선수들보다 스톡스가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다.
임 감독은 "솔직히 전력이 좀 더 좋은 팀에 가면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가정이긴 하지만, 스톡스가 좀 더 안정적인 공수시스템을 갖춘 팀에서 더 높은 폭발력을 뽐낼 수 있다는 임 감독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리빌딩 중인 삼성생명에서 이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스톡스가 WKBL 최고 외국선수로 우뚝 섰다. 수비형 외국선수의 반란이다.
[스톡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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