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면 일본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볼지도 모른다. 야마이코 나바로 얘기다.
나바로가 지난 2년간 정든 삼성 라이온즈를 떠난다. 새 행선지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가 유력하다. 2루수가 공석인 지바 롯데 입장에서 나바로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나바로의 성실성이 문제다. 일본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적은 훌륭했다. 나바로는 한국에서 뛴 2시즌 동안 265경기 타율 2할 9푼 7리 79홈런 235타점 출루율 4할 4리를 기록했다. KBO리그 첫해인 지난해 125경기 타율 3할 8리 31홈런 98타점 출루율 4할 1푼 7리 맹활약으로 삼성의 통합우승에 공헌했다. 올해는 타율이 2할 8푼 7리로 다소 떨어졌으나 48홈런 137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 타선의 핵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성실성이 문제였다. 이번 재계약 협상 때도 '성실성 조항'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나바로에게 성실함을 강조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구체화하려 했다. 그러나 나바로 측에서 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삼성은 나바로와 오는 31일까지 계약을 마쳐야 하는데, 이대로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삼성도 "성실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거부감을 드러낸 외국인 선수에게 끌려다닐 필요는 전혀 없다.
일례로 나바로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집중력을 잃은 수비로 팀을 곤경에 빠트렸다. 삼성은 결국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10월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 1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허경민의 땅볼 타구를 잡아낸 뒤 2루 베이스를 밟고 역동작으로 1루에 송구하다 실책을 저질렀다.
충분히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에 오히려 추가 실점하는 결과를 낳았다. 승부의 분수령에서 나바로의 플레이 하나가 삼성의 시즌 전체를 망가트린 셈이다.
현시점에서 나바로의 지바 롯데행이 유력하다. 지바 롯데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크루즈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적으로 새 2루수 자원을 찾아야 한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나바로는 실력만 놓고 보면 최고의 선택이다. 이마에 도시아키(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빠진 3루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지바 롯데는 외국인 선수들의 인성을 무척 중요시하는 구단이다. 지난해 크루즈를 비롯해 알프레도 데스파이녜, 카를로스 로사 모두 팀에 헌신하는 자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동료들과도 무척 잘 어울렸고, 팬서비스도 최고였다. 성의 없는 플레이는 이토 쓰토무 감독도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일본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불성실한 자세를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이기적인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맷 머튼이 한신 타이거즈와 결별한 것도 '문제아'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기적인 태도와 상대 선수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에 등을 돌렸다.
루이스 로페즈(전 히로시마)는 2002년 4월 6일 주니치전에서 자신의 중전 안타에 홈에 쇄도하지 않은 2루 주자 마에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2군행을 통보받았고, 훈련 참가 금지 통보까지 받았다. 당시 마에다는 아킬레스건 부상 경력이 있어 전력 질주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야마모토 고지 당시 히로시마 감독은 물론 일본 현지 언론도 로페즈에게 질타를 가했다.
지바 롯데는 현재 나바로와 막바지 협상 중이다. 나바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다. 단 태도를 바꿨을 때 얘기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불성실한 플레이를 절대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2년간 성공에 도취해 일본에서도 기고만장한 자세를 보인다면 미운털이 박히는 건 순식간이다.
[야마이코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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