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원점에서 시작,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한 현직 감독은 이진영(kt wiz)의 이적 소식을 전해듣고는 "누가 이진영이를 그냥 놔두겠나"라고 말했다.
올해까지 17시즌 통산 1832경기 타율 3할 3리(6059타수 1836안타) 154홈런 837타점을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 2006년 WBC에서는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국민 우익수'라는 애칭을 얻은 이진영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평가였다. 2차 드래프트라 이적료 외에는 반대급부도 없으니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 했다.
지난달 27일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진영이 KBO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 wiz의 지명을 받은 것. LG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2009년부터 7년간 입었던 LG 트윈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현실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2015시즌 팀이 9위에 그친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컸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당시 LG 구단 측은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마음 아픈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진영은 금방 현실을 받아들였다. 최고의 몸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았다. 일본 도쿄에서 근력 운동과 부상 부위 치료를 병행했다. 내년 1월부터는 기술 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예정. 30일 밤 귀국 직후 인터뷰에 응한 이진영의 목소리는 밝았다. 내년 시즌 kt의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역시 프로였다.
이진영은 SK 소속이던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조범현 kt 감독과 재회한다. 그는 "조 감독님과 다시 만나게 됐다. 좋은 인연이다"며 "조 감독님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장이다. 좋은 성적을 내실 거라 믿는다. 내가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진영이 외부에서 본 kt의 이미지가 궁금했다. 그는 1군 진입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를 예로 들며 "NC가 좋은 예다. 처음 창단했을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서 성적이 올랐다"며 "kt도 마찬가지다. 젊은 선수들이 많고,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kt는 신생팀이지만 잠재된 희망 요소가 정말 많다고 느꼈다.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성장한다면 NC 못지않은 강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올 시즌이 끝나고 장성호와 신명철(코치)이 은퇴했다. 1980년생인 이진영이 팀내 최선참이다. 책임감이 크다. LG에서 주장을 맡았던 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kt가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알고 보니 내가 팀 내 최선참이더라"며 "어차피 야구장에서 계급이란 건 없다. 똑같은 선수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새롭게 만날 후배 선수들과 함께 빨리 적응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kt에는 LG 출신 선수들이 많다. '뉴 캡틴' 박경수를 비롯해 박용근 윤요섭 배병옥 배우열과 kt에서 다시 만난다. 이진영은 "동생들이 kt에 많이 가 있다"며 "부담 없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선수 생활 오래 하면서 다른 팀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적응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진영의 합류로 kt 외야진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슈퍼소닉' 이대형과 FA로 합류한 유한준이 버티고 있다. 김상현도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김사연 오정복 하준호 김민혁 등 젊은 선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진영은 "17년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도 마찬가지다.
"17년 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매 시즌이 경쟁이었다.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면 나는 물론 젊은 선수들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고 경쟁하다 보면 분명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진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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