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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검사외전’을 보고 난 후 궁금했던 점이 있다. 황정민이 왜 변재욱을? 나중에 시나리오가 바뀐 건가? 아니면 편집이 됐나? ‘검사외전’에서 치원(강동원)이 활개를 치고 날아다닌다면 재욱(황정민)은 판을 깔아준 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배우의 이름에 따라 역할의 경중과 대소를 구별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황정민이 택하기엔 작은 캐릭터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에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민)에게 출연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당연한 듯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늘 이야기하잖아요. (웃음) 전 이야기가 중요하면 무조건 해요. 캐릭터가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캐릭터가 아닌 영화 전체,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 황정민은 ‘검사외전’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찍을 수 있는 영화라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히말라야’가 끝난 후라 더 그랬던 걸 수도 있어요. 책을 고르러 갈 때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고르기도 하잖아요. 그 때는 ‘검사외전’이 눈에 들어왔어요. ‘히말라야’가 끝난 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조금 재미있고 편안하고 낄낄대며 할 수 있는 작품이 ‘검사외전’이었죠. 그리고 법정신 같은 경우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 법정과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재욱 역으로 먼저 캐스팅돼) 치원 역을 누가 하게 될지 궁금했는데 동원이가 한다고 해 두팔 벌려 환영하고 박수치며 좋아했죠.”
황정민은 허세 가득한 사기꾼 치원 역을 맡은 강동원에 대한 믿음이 100% 였다고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강동원은 무슨 행동을 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동원이가 잘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강동원이 한치원 역을 한다고 할 때 뭔가 궁금한 게 있잖아요. 관객들이 치원 캐릭터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100%의 자신감도 있었죠.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이에요. 뭘 해도 받아들일 수 있달까요. 이건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황정민은 이런 강동원을 위해 탄탄한 판을 짰다. 덕분에 가볍고 능청스러운 한치원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매력을 한껏 폭발시킴에도 ‘검사외전’이 무게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치원이 출소한 뒤 하는 행동들이 저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 치원을 볼 때 변재욱이 연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변재욱이라는 인물이 늘 같이 있다고 생각되도록 노력했어요. 극 전체를 봤을 때 제가 무게감이라는 닻을 내려놔야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계산적인 것도 있어요. 제가 이렇게 만들어놔야 치원이가 더 뛰어놀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죠.”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황정민이 유독 공을 들인 신이 영화 후반 등장하는 법정신이다. 대사가 많고 어려울 뿐 아니라 정확한 설명이 요구돼 약 20분 정도 되는 법정신을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웬만한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다.
“컷을 나눠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도 있게 밀고 가야 하는 게 있었으니까요. 아무리 오락 영화여도 관객들이 믿고 확 빠지려면 밀도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보면 제가 하는 대사들이 연극적 느낌이 있어요. 정확히 전달하고, 설명하려 애를 썼죠.
‘열일 배우’ 황정민은 ‘검사외전’ 후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 ‘군함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2월 말 연출과 주연 1인 2역을 맡고 있는 뮤지컬 ‘오케피’가 막을 내리면 군함도를 방문하는 등 촬영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촬영을 끝마친 영화 ‘아수라’가 올해 개봉되며, 연말 셰익스피어 작품도 무대에 올릴 생각이다.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언어의 향연이라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교과서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그걸 보며 배우의 꿈을 꿨고요. 연출이요? 연출 말고 배우만 할 거예요. (웃음)”
[배우 황정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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