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불펜 피칭, 안 믿습니다."
스프링캠프 일정이 보름 정도 진행됐다. 각 구단 투수들은 체력훈련을 병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불펜 피칭을 소화할 때다.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서서히 피칭 강도를 높인다. 그 과정에서 피칭 폼을 조금 수정하기도 하고, 올 시즌 사용할 투구 매뉴얼, 투구 패턴 등에 대해 논의하고 조언을 듣기도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드러냈다가도 정작 시범경기 혹은 정규시즌서 죽을 쑤는 투수들이 매년 꼭 나온다. 불펜에서 선동열 전 감독 현역 시절 뺨 친다는 평가를 받다가도, 정작 실전 마운드에서 두들겨 맞고 힘 없이 강판되는 투수도 적지 않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투수들을 정확히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
두산 투수들의 불펜피칭 페이스도 좋다. 장원준은 벌써 4차례 실전 피칭을 소화했고, 노경은과 유희관도 2회 이상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대부분 7~80개 공을 베스트 구위에 근접한 수준으로 던질 수 있도록 몸을 만든 상태. 재활 중인 김강률,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윤명준과 오현택 정도를 제외하면 이탈 소식도 없다. 지난해 노경은이 타자들의 프리배팅 타구에 턱 관절을 부상, 중도이탈했던 걸 감안하면 희소식이다.
4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도 "다들 페이스가 좋다. 장원준은 걱정을 많이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프리미어12까지 많은 공을 던졌는데 아프지 않다고 한다. 희관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상태가 좋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현 시점에서 투수들의 양호한 페이스를 100% 믿지 않는 눈치다. 그는 "불펜 피칭은 믿지 않는다. 공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도 믿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아프지 않고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지금 공이 좋다고 해서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정규시즌으로 어떻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도 김 감독은 작년에 비해선 올해 마운드를 좋게 바라보는 눈치다. 그는 "함덕주, 진야곱 등은 지난 시즌 경험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가운데로 던지라고 해도 던지지도 못하고 얼굴이 누렇게 뜨곤 했다. 지난 시즌에는 달랐다. 자신 있게 한 가운데로 던진 뒤 시원하게 얻어맞고, 또 제대로 막아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투구 밸런스가 좋아진 젊은 투수가 많다. 스스로 많이 느꼈을 것이다"라고 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키는 투수들이 쥐고 있다. 장기레이스는 결국 해줘야 할 투수들이 제 몫을 해내느냐에 달렸다. 수년간 입증된 부분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의 불펜 피칭 페이스에 만족스러워하면서도 방심하지 않는다.
[불펜피칭.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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