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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스켈레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탄생했다. 한국 스켈레톤의 '에이스' 윤성빈(23·한국체대)이 그 주인공이다.
윤성빈은 5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벌어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2016시즌 월드컵 7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 18초 26으로 1위에 랭크돼 금메달을 차지했다.
윤성빈의 금메달이 놀라운 것은 단순히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계 1인자'의 독주를 막은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통할 수 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월드컵 7차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1~6차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 1명이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선수로 2009-2010시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세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그의 형제인 토마스 두쿠르스(35) 역시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로 마르틴스와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윤성빈이 이런 선수들을 꺾은 것은 이제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성빈의 세계 랭킹은 마르틴스 두쿠르스에 이은 2위다.
윤성빈이 '두쿠르스 형제'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변수가 많은 생모리츠 트랙에서도 흔들림 없는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는 두쿠르스 형제에 밀려 3위에 랭크됐으나 2차 시기에서는 더 나아진 기록으로 가볍게 메달을 확보했다.
천연 얼음 트랙인 생모리츠에서 1차 시기보다 0.62초 빠르게 2차 시기를 통과한 것은 그 누구보다 적응력과 준비가 뛰어났음을 보여준다. 다른 경기장은 모두 인공 트랙인데 이곳은 세계 유일의 자연설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트랙에는 얼음 조각들이 있어 변수가 많다.
다행히 한국 대표팀에는 생모리츠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 코치들이 있었다.
리차드 코치는 "생모리츠 트랙의 얼음 상태가 자주 바뀌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얼음 상태에 따라 썰매와 러너 관리를 계속했다. 경기 당일에도 날씨가 따뜻해 얼음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라고 그 어려움을 말하면서 "우리는 2차 시기에 앞서 트랙에 적응했고 윤성빈이 완벽한 경기를 펼쳐줘 세계를 놀라게 했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윤성빈 역시 "외국인 코치들이 이 트랙에 경험이 많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마르틴스 두쿠르스를 0.07초 차로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한국 대표팀이 적응에 성공한 증거는 이한신(29·강원도청)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이한신은 1차 시기에서는 14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2차 시기에서 부진하는 선수들이 속출, 10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 들어 최고 성적이다.
역시 트랙을 지배하는 자가 승자가 되는 법. 그렇기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갈 수 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사상 첫 금메달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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