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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수옥을 이해하며 수옥으로 살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순수하게 수옥의 감정을 느끼며 연기했죠.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촬영한 것 같아요.”
배우 김소현이 아련한 첫사랑의 주인공이 돼 돌아왔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순정’에서 김소현은 친구들이 지켜주고 싶었던 소녀 수옥 역으로 분해 아련한 첫사랑을 자극한다.
수옥은 아픈 몸 때문에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섬에서만 지내고 있는 소녀. 이런 수옥에게 힘이 돼 주는 인물이 범실(도경수·엑소 디오),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다.
“네 사람과 친해지기도 했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노력도 했어요. 초반에는 만날 시간이 없어 친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저희는 즐겁지만 보시는 분들이 더 즐거워야 하니까 저희끼리 회의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를, 맛을 살릴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죠. 나중에는 다들 캐릭터가 돼 크게 힘든 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엔 즐겁게 편하게 찍었어요.”
김소현은 데뷔 9년차 여배우. 본격적으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연기한 작품이 지난 2008년 ‘전설의 고향’이다. 이후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가며 아역배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런 9년차 여배우임에도 이번 작품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해보는 게 다 겹쳤던 것 같아요. 사투리도, 신체적 조건이 안 좋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촬영 전에는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드라마 촬영과 겹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걱정도 됐죠. 그러다 보니 위축이 돼 있고, 현장에 있었지만 발을 못 붙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이런 김소현을 땅에 발을 붙이게끔 만들어준 인물이 바로 이은희 감독이다. 이은희 감독은 김소현에게 ‘너 자신을 믿어라 그래야 나도 널 믿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덕분에 김소현은 자신을 믿고 100% 수옥이 될 수 있었다.
햇볕에 탄 검은 피부도 김소현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초반 스스로도 어색했던 모습은 촬영이 거듭될수록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부담이 됐던 사투리도 촬영지였던 고흥에 사는 사람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관찰하며 다듬어 나갔다.
“현장에 답이 있더라고요. 대분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가면 정말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본을 많이 보기는 하는데 그 안에서 모든 걸 다 결정하고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본 안에서 이해를 하되 약간의 여지를 남겨 놓고 현장에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가 첫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만큼 이번 작품으로 ‘차세대 첫사랑의 아이콘’이 될 김소현의 첫사랑 역시 궁금해졌다. 앞서 V앱 방송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묻는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첫사랑은 아직 못해봤어요. 첫사랑을 연기하는데 안 해봤다고 이야기를 하면 거짓처럼 느껴지실까봐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래서 얼버무렸죠. 약간의 호감까지는 느껴봤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성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누굴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었죠. ‘후아유 - 학교 2015’ 같은 작품들을 하고, 사랑 관련 이야기들을 찾아보다 보니 조금씩 저도 그런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전 그런 시기가 늦게 온 것 같아요.”
김소현은 최근 홈스쿨링으로도 화제가 됐다. 홈스쿨링이 언급되자 김소현은 “많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작품 활동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자신을 위한 시간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홈스쿨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실제 지난해 김소현은 5작품을 소화해 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고등학교를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중학교 생활도 사실 스트레스가 상당했어요. 요즘 내신도 중요하잖아요. 수행평가 같은 부분도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런 걸 다 맞춰가며 할 수 없다 보니 만족이 안 되고 저 스스로에게 실망스럽더라고요.”
학교생활도, 연기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만큼 부담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 김소현은 홈스쿨링을 택했다. 다행히 중학교를 다니며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던 덕에 고등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연기에 욕심이 났어요. 아무래도 조금씩 배역을 많이 맡을 텐데, 작품을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열정을 쏟아내는데, 저 역시 그 작품에만 집중해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오히려 제 입장에서 보면 홈스쿨링이 작품 활동을 하며 제 시간에 맞춰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었어요.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저에겐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니며 연기를 하면 책을 읽는다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등이 아예 없어요. 지금은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생겼죠.”
마지막으로 김소현에게 순정이 무엇이라 생각하냐고 물었다. 18세의 어린 소녀는 “뭔가 잃어버릴 수 없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순정(純情)은 순수한 정이잖아요.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순정을 잃어버리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고 ‘난 순정을 잃었어. 가지고 있지 않아’라고 생각하지 마셨으면 해요. 스스로 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안에 있는 순정을 찾아 끄집어내고 조금 더 사랑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 나이 또래의 분들도 진실 되게 사랑을 하셨으면 좋겠고요. 지났던 사랑, 현재, 앞으로의 사랑에 대해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김소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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