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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정민이 또 하나의 대표작을 탄생시켰다.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삶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송몽규를 그린 영화 ‘동주’에서 박정민은 송몽규 역을 맡아 강한 뚝심을 지닌 독립운동가를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송몽규지만, 그의 일생을 조금만 들춰본다면 그리고 영화 ‘동주’를 본다면 송몽규가 박정민이고 박정민이 송몽규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왜 이걸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제 어떤 모습을 보신 거지 생각도 들고요. 큰 역을 주시는 것에 대한 의문도 있었죠. 감독님을 처음 만나러 갈 때 송몽규를 닮고 싶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동그란 안경을 쓰고 갔어요. 테스트를 받는다는 마음으로 갔는데 감독님께서 절 처음 보자마자 ‘닮았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송몽규가 된 박정민의 생활이 시작됐다. 송몽규가 살던 곳, 그의 묘도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박정민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중국 용정, 윤동주의 묘 근처에 자리한 송몽규의 묘는 가슴 아플 정도로 처량했다. 언론시사회 후 박정민이 흘렸던 눈물도 이 기억에 맞닿아 있었다. 영화 속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박정민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죄송해서 울었어요. 정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군데군데 보이는 제 실수들이 그 분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의 삶을 100%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더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죄송했어요. 묘 앞에 섰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도 되게 죄송했어요. 연기 한 번 잘해보겠다고 일부러 찾아간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죠. 그래서 죄송하다고, 누가 되지 않게 정말 잘 하겠다고, 아무 것도 도와주시지 말아달라고 말씀 드렸어요.”
때문에 박정민은 치열하게 ‘동주’ 촬영에 임했다. 송몽규를 더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그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동주’라는 작품에 임하게 된 건 즐거웠지만 그 만큼의 무게 또한 짊어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끊임없는 자기 검수”의 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부담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거든요. 스태프들이 한 마음이 돼서 찍고, 감독님께서도 유쾌하고 명쾌하시고. 그런데 역할, 영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저 자신과 계속 싸웠던 순간들이 있었죠.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고 작품이에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 중 하나였죠.”
이런 의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게 영화 속 그의 모습이다. 박정민은 ‘동주’를 위해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한 달 반 동안 약 12kg을 감량한 채 촬영에 임했던 그였지만 면회 온 아버지와 만나는 신을 촬영하기 위해 3일 전부터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상황에서 감정 연기를 쏟아냈다.
“촬영이 끝나고 한 3일 동안 멍하니 있었어요. 이번 작품이 유독 그랬어요. 비슷한 감정을 ‘파수꾼’ 때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 크기가 훨씬 컸죠. 그동안 많은 분들이 ‘파수꾼’으로만 말씀을 해주셔서 ‘내가 발전이 없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 그래서 ‘동주’라는 영화가 저에게 또 다른 연기를 함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조금은 있어요. 그렇다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배우 박정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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