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에밋이 MVP 아닌가요."
KCC 하승진은 "우리 팀에 에밋 외에는 MVP에 선정될 만한 선수가 없는 것 같다. 에밋은 그동안 함께했던 외국선수들 중 넘버 원이다. 에밋과 2대2를 많이 하고 있는데, 계속 진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KBL 시상 규정상 정규시즌 MVP는 국내선수로 한정된다. 물론 에밋은 지난 시즌 부활한 외국선수상 1순위다)
하승진이 인정했다. KCC는 누가 뭐래도 안드레 에밋의 팀이다. 에밋은 KCC의 10연승을 이끌면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에밋의 테크닉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KBL 역대 외국선수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 좌우를 가리지 않는 드리블 돌파, 유연한 스텝, 긴 체공시간을 활용,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을 만들 수 있다. 그나마 외곽슛이 약하다는 평가 속 상대 팀들은 한 발짝 처지는 새깅 디펜스를 시도했지만, 시즌 중반 후 에밋의 3점포가 폭발하면서 그마저 무용지물이 됐다.
사실 에밋 중심의 KCC 농구는 부작용 위험성도 안고 있다. KCC는 10연승을 하는 도중에도 에밋이 공을 잡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순간적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약점이 있었다. 오리온은 16일 그 부분을 잘 파고 들어 KCC를 침몰 직전까지 몰아갔다. 하지만, KCC는 결국 극복해냈다. 알고 보면 KCC는 시즌 막판 에밋 원맨쇼를 극복하면서 점점 진화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KCC를 에밋 원맨팀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KCC는 일찌감치 많은 준비를 해왔다.
▲수비조직력과 웨이트
KCC는 정규시즌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에밋 효과가 가장 크지만, 그것만으로 올 시즌 KCC 농구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테크니션이 많고 수비력이 강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희재, 김태홍, 신명호 등 수비력이 강한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최대한 약점을 메워냈다. 추 감독은 "희재, 태홍이, 명호가 다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라고 했다.
또한, 추 감독은 "상대는 하승진을 외곽으로 빼낸 뒤 골밑 공격을 많이 시도한다. 비 시즌부터 그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라고 했다. 실제 수비할 때 하승진이 스위치를 통해 외곽으로 나간 뒤 상대 외국선수가 골밑 공격을 할 때 KCC 가드와 포워드들이 양쪽 45도 지점 안쪽으로 도움 수비를 들어가고 로테이션을 하는 움직임이 꽤 조직적이다. 추 감독은 "엘보우로 빠져서 도움 수비를 하는 걸 많이 연습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하나. 알고 보면 올 시즌 KCC는 부상자도 많지 않다. 추 감독은 "선수들의 웨이트 무게가 낮더라. 개개인의 몸 상태에 맞게 다시 지정해줬다. 최대한 무게를 끌어올렸다"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철저히 하면서 부상을 방지했다. 결국 KCC는 시즌 막판까지 호화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정규시즌 우승 문턱까지 이르렀다. 이런 부분들이 뒷받침되면서 자연스럽게 에밋 효과도 극대화됐다.
▲에밋 원맨쇼의 과제
농구는 5대5게임이다. 얼리오펜스, 속공 상황일 때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5대5 세트오펜스에서의 득점력을 높여야 하는 스포츠. KCC는 에밋이 가드, 포워드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 KCC는 에밋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루트를 갖고 있다. 중요한 건 에밋이 볼을 만지는 시간이 많고, 나머지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오리온은 16일 맞대결서 2쿼터 중반부터 에밋에게 더블 팀을 시도했다. 하지만, 에밋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KCC 공격이 전체적으로 침체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오리온은 허버트 힐을 비우고 더블 팀을 들어갔는데, KCC의 패스 게임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때 오리온이 승부를 뒤집으며 KCC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추 감독은 "2~3쿼터 공격은 좋지 않았다. 나머지 선수들이 서 있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격이 세트오펜스도, 속공도 아닌 것이다"라고 했다. 선수들이 에밋에게 볼을 주고 어정쩡하게 서 있으면 발생할 수 있는 일. KCC는 이겼지만, 이 부분은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태풍 버저비터의 또 다른 의미
KCC는 70-71로 뒤진 경기종료 11초전 마지막 공격기회를 잡았다. 추 감독은 "에밋이 1옵션이었다"라고 했다. 오리온은 극단적으로 에밋을 이중, 삼중으로 둘러쌌다. 그러나 KCC는 저력을 발휘했다. 에밋은 무리하게 공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을 벌려주면서 이동했다. 그 사이 홍해가 갈리듯 좌중간에서 공을 잡은 김태술에게 돌파 공간이 열렸다. 김태술은 그대로 솟구쳐 올랐다. 오리온 장신 포워드들은 블록을 시도하기 위해 공중으로 떴다. 이때 김태술이 우중간에 홀로 서 있는 전태풍을 발견, 정확하게 연결했다. 결국 전태풍이 결승 역전 버저비터 3점포를 이끌었다.
이 부분은 KCC의 저력이다. 추 감독은 "9연승을 하면서 선수들이 위기를 많이 넘겼다. 마지막 작전타임 때 1점 뒤진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라고 털어놨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KCC는 에밋 원맨팀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복했다. 그 결과가 10연승이다. 과정과 결과 모두 최상. 10연승이 남긴 진정한 선물이다.
사실 경기 도중에도 에밋은 의식적으로 국내선수들에게 찬스를 보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승진과의 2대2는 물론, 돌파 후 김태술 전태풍 김효범 김민구 등의 외곽찬스를 열어주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이때 KCC가 스코어를 벌렸다는 게 중요하다. 알고 보면 KCC가 10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에밋과 국내선수들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이 이뤄진 게 밑바탕이었다. 알고 보면 에밋의 패스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KCC의 진화는 인상적이다.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있지만, 에밋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높이, 외곽포, 수비력을 갖춘 국내선수들의 역량도 끄집어내고 있다. KCC는 플레이오프서도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군림할 수 있다.
[에밋과 KCC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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