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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20시간짜리 영화 같았다.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가 18일 20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리멤버'는 지난해 12월 9일 7.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 지난 방송 3회분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11.7%까지 올랐다. 이후에는 매회 자체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18%대까지 기록했다. 동시간대 드라마인 MBC '달콤살벌 패밀리', '한번 더 해피엔딩', KBS 2TV '객주'와 겨뤄 시청률 1위를 수성해 내며 저력을 뽐냈다.
이렇게 '리멤버'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윤현호 작가의 힘이 컸다. 영화 '변호인'을 쓴 윤현호 작가는 '리멤버'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윤 작가가 '리멤버'에서 발산한 최대 특장점은 대사였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배우 송강호의 명대사를 써낸 윤 작가는 '리멤버'에서도 주옥 같은 대사들을 쏟아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어. 너의 죄가 너를 찾아갈 것이다', '법, 그리고 판결이라는 거. 결국 사실과 진실 같은 거야. 진실은 사실을 이길 수 있다', '내가 날 포기하면, 세상도 날 포기해 버리는 거예요' 라는 등의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설정 역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기발함을 부여했다. 주인공 서진우(유승호)의 특징이었던 과잉기억증후군은 실제로 존재하는 증상.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서진우는 그것 때문에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했다. 또, 결국엔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면서 기억을 점점 잃게 되는데,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는 한 인물의 상황이 '기억'이라는 단어가 가진 시청자들의 깊은 고찰을 이끌어 냈다.
입체적인 인물 묘사도 탁월했다. 남규만(남궁민)은 드라마에선 전례 없는 절대 악인이었다. 서진우는 정의에 목 마르긴 했지만, 그 안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원망이 차 있는 캐릭터였다.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했던 박동호(박성웅)은 극 초반 현실과 타협해 남일호(한진희)와 손 잡지만, 결국 돌이켜 진우의 편에 서는 인물로 그려졌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극 중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는 악인 남규만(남궁민)과 그에게 자꾸만 당하는 진우와 이인아(박민영) 등이 이른바 고구마(답답한 전개를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무척 현실적인 전개였다. 실제로 세상에서 정의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윤 작가는 악이 판치는 세상이 얼마나 뻔뻔한지, 처단하기 어려운 지를 드라마를 통해 녹여냈다.
윤 작가는 자신만의 철학과 메시지를 '리멤버'에 오롯이 담아 내며 완성도 높은 필력을 선보였다. '리멤버'를 통해 첫 도전한 그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대중에게 뚜렷하게 기억될 것이다.
[사진 = SBS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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