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전도연 선배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께서 조금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웃음) 저에겐 전도연이라는 큰 존재가 ‘남과 여’를 택하게 된 가장 큰 힘이었고, 그 힘 덕분에 찍을 수 있었죠. 그건 변치 않는 사실인 것 같아요.”
배우 공유가 데뷔 후 처음으로 정통 멜로 영화에 도전했다. 그것도 호흡을 맞추고 싶은 멜로 상대역으로 손꼽아 왔던 전도연과 함께다. 이번 영화에서 공유는 여자 관객이라면 전도연이 부러워질 정도로 가슴 설레며 아프고 절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공유가 사고처럼 찾아온 뜨거운 끌림에 매달리는 남자 기홍 역을 맡았다.
“‘남과 여’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기다렸던 장르였고, 게다가 전도연 선배와 같이 할 수 있었거든요. 멜로를 한다면 전도연 선배와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맞아 떨어져 오래 고민하지 않았죠. 가까이서 전도연 선배의 연기를 보며 연기하는 과정들이 즐거웠어요. 배우기도 했고, 반성도 하며 연기했죠. 속으로는 저도 나름 섬세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선배의 연기를보니 제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이 되더라고요. 자극도 많이 받았고, 더불어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 공유와 전도연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동안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 많은 남자배우들이 그녀의 그늘에 가려졌던 것과 달리 전도연과 공유 두 사람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전도연의 남자’가 아닌 ‘전도연과 공유’로서 스크린에 살아 숨쉬는 것.
“상대 배우를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줬을 때 그 사람의 베스트가 저에게 올 거라생각해요. 처음부터 이 사람을 이겨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이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싫지만 상대방에게 먹힐 확률이 큰 것 같아요. 도연 누나의 연기를 옆에서 보며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보시는 분들이 비교를 한다면 그건 보시는 분들의 판단인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사실 ‘공유가 전도연에게 밀리네’라고 해도 크게 기분이 나쁠 것 같지 않아요. 전국민이 다아는 연기 잘하는 도연 누나와 했는데 저야 밑져야 본전 아닐까요. (웃음)”
공유가 연기한 기홍은 핀란드에서 근무 중인 건축가. 그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정작 자신의 외로움을 잊고 살던 중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다. 기홍을 연기한 그는 상민을 향한 끌림을 명확히 수학 계산하듯 답을 낼 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제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돌이켜 봤을때 ‘이 시점이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렴풋이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이 순간이 예뻤던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있는데 어느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어요. 제 성향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모르게 제 머리는 상관없이 가슴이 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제 경험으로 봤을 때 그런 순간들이 기홍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혹자는 이들이 한 없이 외로운 상태라는 것과 별개로, 각기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시각으로 바라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홍과 상민은 모두 세상 끝에 내몰린 것 같은 외로움을 맛보고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 공유는 깊은 내면연기로 상민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던 기홍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우발적으로 한 번 몸을 던졌는데 그 순간이 너무 잊지 못할 만큼 좋아 한국에 와 상민을 찾았다고 한다면, 영화에서 처럼 연기하면 안 됐을 것 같아요. 다르게 했어야 하죠. 사실 전 몸이 먼저 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보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나쁠 수도 있지만, 전 그것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가 들 수록 뭔가 그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성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데 있어 순차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성인 남녀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문제인거죠.”
공유는 살면서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 기홍처럼 용기, 단호, 즉흥적 결단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나고 이별을 해봐야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 수 있다는 것.
“전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났을 때 수동적인 편이에요. 능동적인 성격을 못 돼요. 사실 기홍이 영화 속에서 돌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면서 어색해하는 부분이있어요. 원래 그러기 쉽지 않은 사람인데 그만큼 상민이라는 여자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줍잖은 농담을 던지고 미소도 지어요. 기홍의 입장에서는 노력을 하는 거죠. 저도 그런 기홍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상남자처럼 하지는 못해요. 전 시간이 필요한 사람 같아요. 그리고 어설프죠. 격차가 크면 안 되겠지만 저보다는 능동성이 있는 여자를 만났을 때 편한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공유가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자칫 책임감이 없는 남자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 사실 영화에서는 기홍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홍의 가족들과 관련된 신들이 여럿 편집됐다. 하지만 그 역시 감독의 영역이라는 공유였다.
“여자 분들이 봤을 때 나쁜놈일 수 있기도 하고,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기홍의 고민들이 많이 드러났으면 했죠.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편집된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 욕을 먹어도 덜 먹어야 할 텐데 말이죠. (웃음)”
공유는 ‘공유가 드디어 벗었다고?’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베드신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도 밝혔다. 격정 멜로가 아닌 정통 멜로가 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베드신이 ‘자극’ 보다는 ‘감정의 결’을 따라간 덕분이다. 공유의 날선 등은 덤이다.
“수위가 생각보다 안 세지 않나요? (웃음).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들 자체가 자극적인 톤이 아니에요. 연기하면서도, 다 찍은 후의 느낌도 그랬죠. 덤덤하고 건조하고 쿨하고. 베드신의 수위가 너무 세면 영화 전체의 결과 맞지 않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들어낸 게 있는 것 같아요. 베드신이 잘 나왔으면 했는데 영화 톤과 적절하게 맞은 것 같아요.”
공유의 첫 정통 멜로 영화, 꿈꿔왔던 ‘멜로 여제’ 전도연과의 호흡. 그렇지만 공유는 ‘남과 여’의 수치화 된 흥행 보다는 최근 충무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정통 멜로 영화라는 장르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길 희망했다.
“많은 분들이 보시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분명 ‘남과 여’ 같은 영화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멜로 영화의 가뭄 속에서 이런 류의 영화를 기다리고 기대했던 분들이 있다고 믿어요. 불특정 소수라해도 그 소소의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같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공유.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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