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고동현 기자] 김광현(SK 와이번스)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왔다. 안산공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투수였던 그는 2005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에 유일한 2학년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듬해에는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한국팀의 우승을 이끌며 MVP에 등극했다.
SK의 1차 지명 선택은 당연히 김광현이었다. 계약금도 5억원을 안겼다.
여기까지는 '정말 잘하는 선수' 몇몇에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그 후 김광현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기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안 겪을 수 있는 일도 많이 경험했다.
1988년생.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다니엘 리오스를 꺾으며 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발판을 놨던 '20살 소년'은 어느덧 한국나이로 30살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김광현이 평가하는 '지난 9년'은 몇 점일까.
▲ "우여곡절 많아… 100점일 수도, 빵점일 수도"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투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4강전 승리투수, 2010년 한국시리즈 4차전 헹가래 투수. 여기에 다승왕 2차례, 탈삼진 1위 1차례, 2위 1차례, 평균자책점 1위 1차례, 2위 3차례까지. 김광현의 커리어는 화려함, 그 자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부진하며 많은 비난을 받았고 이후에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몇 년간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다. 또 2014시즌 종료 후에는 메이저리그 꿈을 미뤘으며 지난 시즌에는 '빈글러브 태그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김광현은 지난 9년을 돌아봐 달라고 하자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점수로 표현을 부탁하자 "100점일 수도 있고, 빵점일 수도 있다. 합치면 50점인 것 같다"며 "100점 시즌도, 빵점 시즌도 있었다. 최상과 최하를 많이 경험해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마음도 잃지 않았다. 김광현은 "희비가 엇갈리는 시즌들을 겪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꾸준한 시즌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누구도 쉽사리 하지 못할 경험들 속에서 그는 '초연함'이 생겼다. 김광현은 지난해 마지막 3차례 등판을 모두 승리했다면 최연소 100승 투수가 될 수 있었다. 2경기에서는 불운과 함께 결정적 한 방을 맞아 패전이 됐으며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는 7⅔이닝 2실점에도 패전을 떠안았다.
"솔직히 아쉽죠. 그렇지만 이것도 복인 것 같아요. 승리투수도 타자들이 잘 쳐줘야 하는 것이고 모든 것이 운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평균자책점도 운이죠. 수비가 어려운 타구 다이빙캐치해서 잡아내면 아웃되고 불규칙 바운드 때 안타-실책 기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런 것 신경 안쓰고 내 공만 던지면 될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거친 파도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잔잔하게 가고 싶다"
경험만큼은 어느 베테랑도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20대다. 야구선수로서, 그리고 김광현이라는 사람으로서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자신이 꿈꾸는, 혹은 바라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광현은 "지금까지 해왔던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며 "어렸을 때 거친 파도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잔잔하게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았고,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어느 순간 위에 올라가 있을 것 같다. 편하게 하려고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일단 '잔잔함'을 위해서는 역시 건강이 최우선이다. 그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며 "꾸준하게 이닝을 소화한다면 더 이상 '어깨 아프다, 아팠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다. 사실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만나면 '어깨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몸을 잘 만들고 있느냐'고 물어본다. 예전에는 '어깨 괜찮냐'는 말이 안부 비슷하게 됐었다. 이제 부상에서 벗어난지 3년 됐는데 올해도 170이닝을 넘게 던진다면 어깨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것 같고 내 자신도 부담감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29살' 김광현은 이제 '베테랑 막내'에서 벗어나 많은 후배들을 둔 선배가 됐다. 김광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많이 겪은 것 같다"며 "야구도 야구지만 여러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 30살이 눈 앞에 왔는데 그만큼 후배들이 생겼으니까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간은 흐른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영원히 어릴 것만 같던 김광현도 이제 많은 후배를 거느린 30살을 눈 앞에 둔 선수가 됐다. 또 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많은 일을 겪는 과정에서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말처럼 '거친 파도'들을 지나 '잔잔한 30대'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첫 번째 사진),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2006년 계약식 후 송은범 앞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 입단식 장면(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지난해 경기 장면(세 번째 사진). 사진=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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