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성열석과 정선아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의 맏형, 맏언니다. 9개의 사랑 이야기 중 단 한개의 사랑 이야기로 만나지만 맏형과 맏언니의 존재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두 사람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초창기를 함께 해왔기에 알게 모르게 '간다'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눈에 띄게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그 안에 녹아든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은 언제나 진심만을 이야기하는 'Almost(올모스트)' 마을주민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인 '사랑'을 만나 아홉 빛깔의 사랑 이야기를 순수하고 솔직하게 그리는 작품. 지난 2013년 겨울, 극단 '간다'가 10주년 퍼레이드 개막작으로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중 성열석은 'THIS HURTS' 스티브, 'THEY FELL' 랜디, 'STORY OF HOFE' 대니 역을 맡았고, 정선아는 'THIS HURTS' 마블린, 'GETTING IT BACK' 게일, 'SEEING THE THING' 론다 역을 연기한다.
성열석, 정선아는 과거 '간다'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처음 만났다. 성열석이 이야기 소년, 정선아가 병사 1을 했었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오빠는 저를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신입이 왔으면 신입이 여기에 적응해야 하는데 저는 이 사람들을 저한테 적응시키려 했으니까요.(웃음) 그 때 너무 의욕이 넘쳤거든요. 약간 부담스럽지 않았을까요?"(정선아)
"(정)선아는 미국 애 같았다"고 성열석이 속내를 털어놓자 정선아는 "그땐 상대적으로 '간다' 여배우들이 참한 스타일이었다. 나는 목소리가 크고 피아노 치면서 고래고래 노래 연습하고 하니까 더 달라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인상은 다소 낯설었지만 성열석, 정선아는 이후 2009년 연극 '뷰티풀선데이'를 통해 다시 만났다. 그 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가까워졌다. 자연스레 서로의 장점도 알게 됐다.
"오빠는 명확한 코미디를 구사하는 배우예요. 동물적인 면이 없는건 아닌데 제가 느끼기에는 지능적인 배우죠. 일본 코미디 작품 같은 경우는 너무 날것보다는 약간은 계산이 된 코미디가 즉흥적으로 나오는게 훨씬 효과적이잖아요. 근데 오빠가 그런 점을 굉장히 명확하게 캐치해내서 해요. 저는 코미디를 깊이 생각하는 배우다 보니 '뷰티풀 선데이' 때 그런 지능적인 코미디에 매료돼있는 상태였어요. 오빠랑 호흡을 맞춰 보니까 이게 정말 맞다는 걸 느꼈죠."(정선아)
"그 때 정말 재밌었어요. 개인적인 성향인데 (정)선아 같은 경우는 연기를 하거나 뭘 할 때 기본적으로 적재적소에 잘 치고 나가는 자기 에너지가 강한 스타일이에요. 자기 매력이 강한 친구인 거죠. 저는 제 매력이 강하다기보다 잘 받고 받아치고 이런걸 좋아하는 배우예요. 안에 있는 기운과 에너지를 잘 받고 리액션 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선아 같이 쭉쭉 나가면 전 좋더라고요. 의외성으로 치고 나가면 저는 다른 궤도로 살짝 넣어주고 하는 게 재밌었어요."(성열석)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5년 성열석, 정선아는 다시 '뷰티풀 선데이'로 만났다.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와 비교해 더 성숙해졌고, 각기 다른 에너지를 가진 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정선아는 "5년만에 하니까 새롭더라. 완전히 새로웠다"며 "5년 전 '뷰티풀 선데이'를 할 때는 배우로서 마음이 급급할 때라 부족한게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래도 여유가 생겼다. 처음 온 공간인데도 내 집 같더라"고 밝혔다.
성열석은 "좀 더 여유가 생겼다. 옛날과 비슷하지만 받아들이고 치고 나가는 시점에 여유가 생긴 것"이라며 "선아와도 더 같이 하기가 편해졌다. 더 숨을 쉬는 배우로 느껴졌고, 강약조절도 더 잘 하는 배우가 됐더라"고 말했다.
'뷰티풀 선데이'에 이어 '올모스트 메인'에 출연하며 연속 호흡을 맞추게 된 성열석, 정선아는 '올모스트 메인'에서 'THIS HURTS'의 스티브와 마블린으로 만났다. 통증을 모르는 남자와 그런 그에게 사랑으로 통증을 알게 해주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열석은 "지금도 엄청 긴장된다"고 운을 뗐다. 웃음이 나와야 하는 부담감도 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가 통증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긴장되는 것. 정선아 역시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남자가 바보로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왜 이 여자애가 이 남자한테 끌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극중 남자친구랑은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악 쓰고 부수고 하는거 보면 내 남자친구는 괴팍하고 폭력적이고 욕도 잘 하는 마초 같은 스타일일 것 같아요. 스티브는 되게 섬세하고 부드럽고 순해 보이고 다정다감하죠. 그래서 스티브에게 '그쪽 정말 귀여워요'라고 할 때도 진짜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으로 해요. 짧은 순간에 스티브에게 매력을 느낀 거예요."(정선아)
"스티브는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던걸 경험 해보는 거잖아요. '뽀뽀 했어!' 이런게 아니라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거죠. 그 이후에 계속 통즈을 느끼게 될 수 있는건지 잠시 한시적으로 그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어요. 기쁨은 잠시고 아픔을 알게 되면서 고통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느낌이 중요한 것 같아요."(성열석)
그렇다면 에피소드 중 두 사람이 제일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정선아는 "참 안 닮은 캐릭터가 많다"면서도 'SEEING THE THING' 론다를 꼽았다.
"제가 통나무 같은 여자는 아니지만 남사친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그 여자의 마음을 좀 이해할 수 있어요. 남사친이 많은데 엄청 오래 솔로였거든요. 남사친들이 나한테 고백을 안 하니까.(웃음) '여자로서 매력이 없나' 싶었고, 결혼 하기 전에 '너는 못생기고 결혼 못할거야'라고 누가 장난치면 처음엔 웃다가 나중엔 '진짠가?' 싶기도 했죠. 그래서 론다가 무디고 남자애랑 잘 어울리는걸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성열석은 대니를 꼽았다. 정선아 역시 "대니가 인생캐(인생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성열석은 "감정적이지 않게 팩트만 전달하라는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많이 하니까 어느 순간 호프를 내가 좋아했던 여자로서가 아니라 불쌍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으로 대하며 조언하게 되더라"며 "그 후에 내 정체를 밝힌 뒤엔 눈물이 확 날 것 같다. 감정이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올모스트 메인'을 하며 성열석과 정선아는 서로에게 또 다른 배우로서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정선아는 "오빠가 연기를 잘 한다는걸 또 느끼게 됐다"며 성열석을 칭찬했고, 성열석 역시 변하지 않는 정선아의 개성 속 여유를 호평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본인의 계획을 물었다.
"전 배우는 평생 했으면 좋겠고 연출도 꾸준히 할 계획이에요. 선아 같은 경우엔 계속 볼수록 배우로서 성장하는 게 보여요. 언제 또 어떤 작품에서 만났을 때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궁금해요. 영역을 넓히면서도 계속 성장하길 바라요. 또 인간으로서 계속 존재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니 인간으로서 계속 남아서 나이가 든 후에도 좋은 연기 보여줬으면 좋겠어요."(성열석)
"전 오빠가 매력을 살려서 더 좋은 배우로 승승장구 하시길 바라요. 또 좋은 연출가가 되셔서 절 써주면 좋겠어요.(웃음). 전 연기도 연기지만 MC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출산 후에 무대가 더 소중해져서 연기도 계속 하고 싶은데 MC 같은 경우엔 제가 정말 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어요."(정선아)
한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4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744-4331.
[배우 성열석과 정선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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