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괜찮은 슈터’가 터지면 (시리즈가)빨리 끝날 수 있다. 나는 터질 것이라 믿는다.”
지난 23일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서울 삼성과의 맞대결을 앞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한마디가 화제를 모았다. 실명 대신 “괜찮은 슈터”라며 특정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 것.
대상은 슈터 전성현(25, 189cm)이다. 중앙대 시절부터 폭발적인 3점슛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전성현은 프로 데뷔 후 2시즌 동안 벤치의 활력소 역할을 도맡았다. 프로 통산 평균 16분 12초만 뛰고도 1.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팀이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 3점슛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2015-2016시즌 정규리그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비시즌에 불법스포츠도박 파문을 일으켜 KBL로부터 징계를 받은 탓이다. 오세근(KGC인삼공사), 김선형(SK) 등이 20경기 출전정지를 받은 것과 달리, 검찰로부터 약식기소 된 전성현에겐 54경기 출전정지가 내려졌다.
김승기 감독은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3점슛을 ‘땅땅’ 넣어줘서 편하게 운영한 경기가 많았다. 그 일만 없었다면, (김)기윤이보다 더 잘 풀렸을 선수”라며 전성현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정규리그를 통째로 날린 전성현의 징계가 마침내 끝났다. 전성현은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전성현은 “감독님이 두 달 전부터 전담 트레이너를 붙여주셔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다. 슛 자세를 바로 잡았고, 수비훈련도 많이 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다만, 체력은 체계적으로 끌어올렸어도 ‘경기용 체력’은 또 다른 문제다. 전성현 역시 “경기감각이나 경기용 체력은 부족하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동료들끼리 호흡을 끌어올리는데, 그 부분도 걱정되긴 한다”라고 말했다.
전성현은 이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것에 대해 “그땐(중앙대 재학시절) 잘못된 행동인지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도 몰랐다. 그동안 반성을 많이 했다. 틈날 때마다 후배들에게도 절대 하지 말라고 얘기해준다”라고 말했다.
전성현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정규리그 1라운드였다. 김승기 감독은 당시 “너만 있었어도 이기는 경기였다”라는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주려 했지만, 오히려 전성현은 그럴수록 죄송한 마음이 더 커졌단다.
“감독님이 비시즌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챙겨주셨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죄송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플레이오프 때 주축으로 기용할 거니까 나만 믿고 몸 열심히 만들어라. 내가 책임지겠다’라면서 격려해주셨다.” 전성현의 말이다.
또한 주장 양희종을 비롯한 고참들은 라운드 수당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전성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KBL로부터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기간 동안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전성현은 징계기간에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을 찾아 12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행했다. 전성현은 수련관에서 청소를 비롯해 배식, 농구수업 진행 등을 도맡았다.
전성현은 “일이 터졌을 땐 너무 힘들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힘든 처지에 놓인 친구들을 보며 깨달은 부분이 많다. 조만간 다시 수련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또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전성현으로선 중요한 무대가 복귀전이라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이에 대해 묻자 전성현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담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만 충실히 하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미디어데이 관련 기사와 영상을 본 후 긴장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기분 좋기도 하지만…”이라며 웃었다.
전성현은 이어 “형들도 ‘너만 터지면 이긴대’라면서 놀리신다.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져서 부담도 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그런 감정은 금방 없어질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농구선수인 만큼, 앞으로는 코트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나를 아껴주는 소수의 팬들이 있는데, 그 팬들은 변함없이 응원해주셨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전한 전성현. ‘불꽃슈터’라 불리는 전성현의 슈팅능력이 플레이오프에서 매섭게 발휘될 수 있을까.
[전성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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