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축구에서 빌드업(Build-up)은 공격을 전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대팀의 압박을 이겨내고 공격지역까지 접근하는 일종의 탈압박이기도 하다. 빌드업이 공을 전방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정답은 없다. 바르셀로나처럼 짧은 패스로 전진할 수도 있고 레스터시티처럼 롱볼(long ball)을 통해 공을 상대진영까지 한 번에 운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롱패스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패스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롱볼 축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강희 감독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전북 현대와 FC도쿄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서 이렇게 말했다.
“전반전에 상대가 거칠고 압박을 심하게 할 때 선수들의 빌드업 과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롱볼을 너무 많이 차는 바람에 상대에게 공을 쉽게 넘겨줬다. 특히 중앙 수비에서 이런 것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런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이날 전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빌드업이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전북의 롱패스 비율은 매우 높았다. 후방 수비수들은 전방의 이동국을 향해 롱킥을 시도했고 이후 세컨볼을 따내는데 집중했다. 그렇다 보니 공을 뺏기고 빼앗는 패턴이 반복됐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렇다면 왜 전북의 빌드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전북은 전통적으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전에도 전북은 롱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를 자주 시도했다. 센터백과 홀딩 미드필더에 발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힘 있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날 선수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다. 두 명의 중앙 수비수 김형일, 임종은 그리고 호주 출신의 파탈루는 빌드업에 능한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현대축구에서 가장 유행하는 빌드업 과정은 골키퍼가 공을 가졌을 때 두 명의 센터백이 좌우로 넓게 서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때 좌우 풀백은 상대 측면 공격수를 유인하기 위해 하프라인 근처까지 전진한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토트넘 홋스퍼다.
하지만 전북은 이러한 빌드업에 익숙하지 않았다. 골키퍼 권순태의 시선은 김형일 또는 임종은보다 전방에 있는 이동국, 고무열, 로페즈로 향했다. 4-4-2 투톱을 사용한 도쿄 압박의 강도가 높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진영부터 공을 전개하는 것이 낯설었다.
파탈루의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193cm 장신의 파탈루는 패스보다 공을 빼앗는데 장점을 가진 듯 했다. 이 때문인지 파탈루가 공간을 확보해도 그를 향한 패스는 많지 않았다. 파탈루 또한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았다. 가능한 빠르게 처리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미스도 많았다. 한 경기만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지만 파탈루는 FC서울의 오스마르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롱킥에 대한 습관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전지 훈련 때부터 경기장 2/3 지역에서는 절대 킥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 바로 파울을 줬다. 이는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김신욱을 향해 롱볼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빌드업 과정에서 많은 롱킥을 시도했다. 약속된 빌드업 패턴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과거의 악습관이 반복됐다.
재미있는 건 김신욱이 투입된 이후 오히려 롱킥 횟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김신욱을 향한 롱볼을 금지한 훈련의 성과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4-1-4-1에서 4-4-2로 전환되면서 이재성이 이전보다 낮은 위치로 내려와 볼키핑과 패스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북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6명이나 바뀐 선발 명단에서 첫 경기부터 조직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 다만, 패스에 능하지 않은 후방 선수 구성과 동료들의 연계 플레이 등은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발 기술이 좋은 김보경, 이재성의 빌드업 가담을 늘리거나 측면에서의 약속된 패턴으로 전진하는 방법을 찾는 등 대책이 요구된다.
최강희 감독도 “공이 전방으로 매끄럽게만 나가면 공격진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첫 경기라서 모두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격 2선 자원들은 앞으로 계속 로테이션을 돌려야 한다. 로테이션 조합을 잘 맞추는 것도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도쿄전의 답답했던 빌드업은 전북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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