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입양아에게 편견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입양아라고 하면 한국이 그들을 버렸다는 생각에 섣불리 미안해 하고, 마음대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그들을 편견 속에 가둬 놓는다.
그래서일까. 입양아가 소재인 작품이라고 하면 왠지 눈물 쏟는 신파극일 거라는 편견까지 생겨버린다. 그러나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이같은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린다. 신파극일 것이라 생각했다면 단언컨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나는 어떻게, 어디서, 왜 태어났을까?'라는 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국을 찾은 입양 청년, 조씨 코헨이 우연히 들어간 이태원의 바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와 함께 생모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린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가볍게 터치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가볍게 터치한다고 해서 겉핥기 식이거나 무작정 우습게만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입양 청년 조씨 코헨은 그저 자신이 탄생하게 된 역사가 궁금하다. 자신을 입양한 부모님들의 사랑 속에 행복하게 자라 왔기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해서 친부모 및 다른 가족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에 대한 궁금증을 중심으로 자신의 역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들은 조씨 코헨에게 장애물이 된다. 가족을 찾는 그를 안쓰러워 한다. 물론 상대를 위로하는 마음이 잘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위로 뒷편에 편견이 존재한다면 이는 분명 긍정적으로만 느껴질 수 없다.
이에 '에어포트 베이비'는 편견 없는 매개체를 택했다. 한국과 조씨 코헨을 이어주는 요소로 이태원의 바 '딜리 댈리' 식구들이 등장하는 것. 이들은 성소수자로 편견으로 똘똘 뭉친 한국 사회에서 온갖 편견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니 조씨 코헨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딜리 댈리'의 마담 딜리아는 수십년간 편견 속에 살아온 만큼 조씨 코헨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한다. 조씨 코헨의 가족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역시 본인도 겪었던, 또 겪고 있는 편견을 알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와 함께 나 자신을 찾고자 하는 조씨 코헨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그가 전하는 이야기 또한 진심으로 다가온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입양아의 가족 찾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곳곳에 웃음 요소가 녹아 있다. 그 안에 다양한 감정이 그려진다. 기쁨과 슬픔, 분노, 우정 등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다.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가운데 감동이 있는 완벽한 대중 뮤지컬이다. 특수성 속에 보편성을 찾아내는 영리한 극이다.
관객들 귀를 즐겁게 하는 적절한 넘버 역시 '에어포트 베이비'를 끌어가는 힘이다. 인물의 이야기를 넘버 가사 속에 적절하게 녹여냈고, 라이브 연주 역시 음악을 풍성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귀가 뻥 뚫리는 가창력 또한 관객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에어포트 베이비'가 신파로 보이지 않는데는 배우들 역량도 크다. 전체적으로 연기력이 탄탄해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부분도 보완된다. 최재림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입양아 역을 맡아 영어와 서툰 한국어로 대사를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가창력은 물론이고 감정 연기까지 물이 올랐다.
딜리아 역 강윤석은 독특한 캐릭터를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그렸고 이미라 역시 극의 중심을 잘 잡는다. 멀티 역 황성현, 지새롬, 김바다는 '에어포트 베이비'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다양한 역할을 완벽하게 그리며 극 자체를 풍성하게 만든다. 준수 역 오정훈은 단연 발군이다. 최재림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뛰어난 가창력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공연시간 100분. 3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1관. 문의 02-577-1987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공연 이미지.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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